구자욱의 대타불발도 더 아팠다.
삼성 라이온즈가 뼈아픈 2연패를 당했다.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과 2차전을 거푸 내주었다. 1~2차전을 내주면서 불리한 상황으로 3차전을 갖는다. 1~2차전 패한 팀의 우승확률은 10%이다. 역대로 20회 가운데 두 번 있었다.
승부처는 서스펜디드 6회초 무사 1,2루에서 시작한 삼성의 공격이었다. KIA는 마무리 정해영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우완 전상현을 기용했다. 삼성의 공격선택도 관심이었다. 강공인지 아니면 보내기번트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선택은 보내기번트였다. 그러나 포수 앞에 잘못 대는 바람에 2루주자가 포스아웃됐다.
박병호가 삼진을 당했지만 윤정빈이 볼넷을 골라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안타 하나면 두 점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다음타자는 이재현이었다. 전상현의 슬라이더에 빗맞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최대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순간이었다. 구자욱의 얼굴도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했다.
박감독은 구자욱을 중요한 순간에 대타로 기용하겠다고 예고했다. 1차전의 가장 필요했던 기회에서 대타로 나서지 못했다. 이재현의 유격수 수비를 생각했겠지만 아직은 상태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감독도 "구자욱을 쓰긴 써야 하는데 계속 상태를 보고 있다. 계속 나가려고 하는 의지는 있더라. 하루하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시리즈 대비훈련에서 구자욱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구자욱 앞에 타자들을 깔아주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 데뷔 이후 타율 3할4푼3리, 33홈런, 115타점의 커리어하이 성적을 냈다. 김도영에 이어 OPS 2위였으니 '구자욱 경계령'은 당연했다. 타점은 김도영(109개)보다 더 많을 만큼 클러치 능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구자욱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도루하도 왼무릎을 다치면서 이후 출전을 못했다. 일본까지 건너가 집중치료를 받고 돌아왔지만 아직은 타격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영웅의 번트실패도 아쉬웠지만 구자욱의 대타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결국은 패인 가운데 하나였다. 좌승현까지 투입하고도 1차전 패배는 결국 2차전 선발까지 무너지며 연패로 이어졌다. 레예스와 원태인 원투펀치가 나서는 대구 3~4차전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