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필승 카드’ 전상현이 난세 속 영웅이 됐다.
전상현은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에 0-1로 뒤진 6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상대 팀에 작전이 노출될까봐 투수 기용 계획을 철저히 함구했고 결국 전상현 카드를 꺼내 들었다.
1군 통산 312경기에 등판해 27승 21패 25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 중인 전상현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홀드 기록의 주인공이다. 올 시즌 66경기에 나서 10승 5패 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4.09 탈삼진 54개를 기록하며 KIA 계투진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전상현은 상대의 작전을 간파하기 위해 초구를 던지기 전에 마운드에서 발을 빼고 2루로 견제 모션만 취했다. 그 순간 삼성 타자 김영웅이 보내기 번트를 위해 배트를 짧게 쥐는 모습이 보였다. 상대 팀의 작전을 간파한 전상현의 재치가 돋보였다.
김영웅이 번트를 시도했으나 2루 주자 르윈 디아즈는 3루에서 아웃됐다. 곧이어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사 1,2루가 됐다. 전상현은 윤정빈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재현의 땅볼 타구를 직접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7회 선두 타자 류지혁을 실책으로 출루시켰고 김지찬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전상현은 김헌곤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2사 2루 상황에서 곽도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곽도규는 디아즈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KIA는 7회 상대 폭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4-1로 전세를 뒤집었다. 8회 김태군의 1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결국 2박 3일 1차전의 승자는 KIA였다. 1차전 MVP는 전상현의 몫이었다.
전상현은 경기 후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접해보는 상황이었는데 좋은 기운이 우리 팀에 온 것 같다. 타선이 좋기 때문에 위기를 막으면 무조건 역전 가능하다고 봤다. 1차전을 이겨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범호 감독은 “볼펜 투수 가운데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라고 판단했다. 투수 코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늘 경기의 최대 승부처로 봤기 때문에 정공법을 택했다. (전)상현이가 감독의 기대대로 위기를 잘 막아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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