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이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서 노비 역할을 맡은 비화를 밝혔다. 산발을 하고도 감출 수 없던 비주얼, 정작 배우 본인은 '조금 더'를 원했단다.
강동원은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의 촬영 비화와 근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 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쟁쟁한 출연진의 만남은 물론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아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최근 치러진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약칭 부국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영화팬들에게도 공개돼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강동원은 '노비'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과거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양반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꽃잎을 독식하는 듯한 착각마저 유발했던 강동원인 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는 가장 비천하고 동시에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강동원은 "사실 노비 분장을 조금 더 더럽게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조금 더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노비로 첫 등장을 하는 만큼 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얼룩덜룩하게 하는 건 아니라 생각했는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소통의 오류가 있던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중에서도 강동원이 신경 쓴 노비 분장은 '산발'. 실제 그는 봉두난발을 하고 상투도 없이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양반을 향한 증오와 원망, 벗이자 주인인 종려를 향한 애증의 시선을 불태우며 강렬하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첫 등장에서 시선을 끄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산발을 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 아무래도 하고 싶었는데 얘기를 안 했던 느낌이었다. 바로 '너무 좋고, 그렇게까지 할 수 있겠냐'고 해주셨다. 먼저 말만 안 했지 생각은 있으셨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극적인 등장씬 덕분일까. 작품 중후반, 천영의 '각성'을 나타내는 장면에서는 풀어헤쳤던 머리를 한 손으로 밀어 올리며 묶는 듯한 장면이 등장한다. 강동원의 유려한 비주얼과 맞물려 더욱 극적인 대비를 이루기도 했다. 정작 강동원은 "묶지는 못했다. 한 손으로는 묶을 수가 없더라"라고 웃으며 "감독님이 컷으로 넘겨서 묶는 것처럼 묘사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머리를 묶는 것도 대본에는 없었는데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천영이가 변화하는 장면이라 그걸 소화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마루에서 묶이는지 한번 머리를 쓸어올려봤다. 그런데 끈도 없고 고무줄 같은 게 있는 시대도 아니라 한 손으로 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에 머리를 묶는 거면 비녀를 돌려 꽂아야 하는 건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AA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