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복귀전이었다. '캡틴' 손흥민(32)이 미친 활약을 펼치며 토트넘 홋스퍼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19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8라운드 홈 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런던 더비'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지난 브라이튼전 역전패의 아픔을 씻어내며 승점 13(4승 1무3패)으로 일단 6위가 됐다. 다만 아직 한 경기 덜 치른 7위 브라이튼(승점 12)부터 11위 브렌트포드(승점 10)까지 간격이 워낙 촘촘한 만큼 언제 순위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손흥민-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이브 비수마, 데스티니 우도기-미키 반 더 벤-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베스트 11을 꾸렸다.
22일 만에 돌아온 손흥민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카라바흐전에서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며 교체됐고, 이후 쭉 결장했다. 10월 A매치 기간에도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는 대신 런던에 남아 재활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격하며 복귀전을 치렀다.
웨스트햄도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모하메드 쿠두스-미카일 안토니오-재러드 보언, 루카스 파케타-귀도 로드리게스-토마시 소우체크, 에메르송-맥스 킬먼-장클레르 토디보-아론 완비사카, 알퐁스 아레올라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토트넘이 평소처럼 공격적으로 전진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초반부터 코너킥도 여러 차례 얻었지만, 매디슨의 킥이 동료들 머리로 전달되지 않았다. 전반 6분 존슨이 박스 우측에서 때린 과감한 발리슛은 옆으로 빗나갔다.
웨스트햄은 빠른 역습으로 토트넘 뒷공간을 노렸다. 전반 11분 보언이 개인 드리블로 우측을 돌파한 뒤 컷백을 내줬다. 이를 쿠두스가 강력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비카리오의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이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했다. 그는 전반 15분 박스 안에서 바디 페인팅으로 수비를 속인 뒤 오른발 감아차기로 반대편 골문 구석을 겨냥했다.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나온 시그니처 슈팅이었지만, 공은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웨스트햄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18분 우도기가 골문 앞에서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보언에게 우측 돌파를 허용했다. 보언이 올린 크로스는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뒤로 흘렀고, 쿠두스가 오른발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존슨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전반 27분 우도기가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든 뒤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찍어올렸다. 존슨이 잘 뛰어들면서 머리를 갖다댔지만, 머리가 아닌 어깨에 공이 맞으면서 옆으로 빗나갔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코너킥을 낭비했다. 경기 시작 28분 만에 무려 9번이나 코너킥을 얻어냈으나 크로스가 매번 부정확했다. 한 골 여유가 있는 웨스트햄은 두 줄 수비를 세운 채 역습 기회를 엿봤다.
토트넘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36분 역습 기회에서 쿨루셉스키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온 뒤 가까운 골대 쪽으로 슈팅했다. 공은 골키퍼 손에 맞고 양쪽 골포스트를 때린 뒤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동점골이 됐다.
이후로도 토트넘이 공격을 이어갔지만, 마무리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 의미없는 코너킥이 계속됐다. 전반 43분 나온 포로의 강력한 슈팅도 골대를 외면했다. 양 팀은 전반을 1-1로 마쳤다. 토트넘은 45분 동안 코너킥 12회, 슈팅 12회를 기록하고도 효과적인 공격을 만들지 못했다.
토트넘이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7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아웃프런트 패스를 찔러넣었다. 이를 받은 우도기가 빙글 돌아서며 뒤로 공을 내줬고, 비수마가 그대로 마무리하며 역전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이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3-1을 만들었다. 후반 10분 쿨루셉스키가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손흥민을 향해 센스 있게 패스했다. 손흥민의 왼발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튀어나온 공이 토디보 맞고 다시 아레올라에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기록은 토디보의 자책골이 됐다.
손흥민이 내친 김에 쐐기골이자 복귀골까지 터트렸다. 그는 후반 14분 역습 기회에서 양발 스텝오버로 토디보를 제쳐냈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날려 골키퍼를 뚫어냈다. 이번에는 자책골이 아닌 손흥민의 리그 3호 골로 기록됐다.
골대가 손흥민의 멀티골을 가로막았다. 그는 후반 16분 아크 정면에서 수비 맞고 흐른 공을 오른발 원터치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도 꼼짝 못하는 슈팅이었지만, 공은 우측 골포스트를 때리고 말았다.
토트넘이 5번째 골을 노렸다. 후반 22분 솔란케가 왼쪽 빈공간으로 질주하는 손흥민에게 패스하는 대신 한 번 멈추고 우측으로 패스했다. 이를 존슨이 그대로 슈팅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세컨볼도 솔란케 발 끝에 걸리지 않았다.
할 일을 다한 손흥민이 임무를 마치고 벤치로 물러났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25분 손흥민을 빼고 티모 베르너를 투입했다.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온 만큼 몸 상태를 관리하는 배려 차원의 교체였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은 남은 시간 히샬리송, 아치 그레이 등을 투입하며 웨스트햄의 반격을 잘 막아냈다. 여기에 후반 막판 쿠두스가 신경전에서 토트넘 선수들의 얼굴을 가격하며 퇴장당하기까지 했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4-1 역전승으로 매조지어졌다.
한편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PL 득점 랭킹에서 공동 19위에 오르며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그는 PL 통산 123번째 골을 기록하며 라힘 스털링(아스날), 드와이트 요크(은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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