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0년만에 ‘드래곤 에이지’ 신작이 나온다. 드래곤 에이지 팬으로서 북치고 장구치며 환호할 일이다. 그러나 실상은 상갓집 분위기다. 우리가 알던 그 드래곤 에이지는 사라지고 PC 선봉대로 파티를 꾸린 듯한 낯설고 엉뚱한 RPG 게임의 출현 때문이다.
2024년 도쿄 게임쇼에서 기자는 제일 먼저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 부스를 찾았다. ‘오리진’부터 ‘인퀴지션’에 이르기까지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는 오랜 세월 정통 RPG팬들의 향수를 달래준 명작이었으니까. 가까운 캡콤의 '몬스터 헌터' 신작의 열기에 가린 탓인지 '드에' 부스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사실 경쟁작들 탓만은 아니었을 게다. 이번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는 엎어지고 자빠지는 우여곡절 개발을 거쳐 트레일러를 공개한 후로 온갖 논란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는 중이기 때문.
원작의 분위기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낯선 애니메이션 동영상에 ‘디즈니 스타일이냐’ 라며 비꼬는 원성까지 쏟아졌다. 게임 운영 방식도 천지가 개벽했고 예전 ‘오리진’에서 함께 파티를 꾸렸던 개성 넘치는 동료들의 소식은 온 데 간데 없었으니까. 제작사 바이오웨어를 탓 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라리안 스튜디오에 본가로서의 자존심과 명성을 넘겼지만 '태초에 빛이 있으라'고 외친 건 바이오웨어의 옛 멤버, 그들이었으니까.
EA의 손아귀에 들어간 순간부터 불가항력으로 ‘드래곤 에이지’를 뜯어 고치거나 아예 새로 판을 짰을 게 분명하다. 좋은 쪽으로 개편이면 누가 뭐라 따지겠냐만은 요즘 EA와 소니, 블리자드 ‘악덕’ 3총사의 하는 짓은 차원이 다르다. 게이머 등에 칼을 찌르고 명작을 절벽에서 미는 기술이 ‘스트리트 파이터’ 챔피언 급이다.
‘도쿄 게임쇼’ 현장에서 본 트레일러와 게임 화면, 광고 포스터들도 이미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시일이 임박한 덕분인지 시연을 바라는 게이머 발길이 줄을 이었지만 내년 공개인 다른 대작들볻도 오히려 그 열기는 훨씬 덜한 분위기였다. “’드래곤 에이지’가 왜 이렇게 됐지” 만감이 교차했지만 플레이 영상 자체는 신선하고 참신을 줬다. '드래곤 에이지'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더 베일가드'만을 놓고 따진다면 '재미있다'고 칭찬할 게이머가 다수일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의 예약 판매 가격은 8만~12만원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요즘 트리플A급 게임 기준으로 비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달라지고 구겨진 ‘드래곤 에이지’에 실망한 기존 팬들이 호락호락 지갑을 열어주기는 쉽지 않을 가격이다. “일단 평가를 지켜보겠다”는 의견이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 팽배해 있다. '드래곤 에이지'는 팬덤이 뚜렷한 주류 RPG였기에 이들의 초반 구매 여부가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심지어 몇몇 게임 유튜버들은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에 침투한 PC주의와 인맥을 지목하며 불매를 은근히 암시하는 분위기다. 언뜻보면 댓글 호응도 상당하다. 과연 EA 때가 묻은 드래곤 에이지’가 기대 이상의 작품성으로 팬들의 기대를 되살려 흥행에 성공할지 아니면 제 2의 ‘콩코드’로 날개없는 추락을 할지, 개봉박두다. /mcgwire@osen.co.kr
<사진>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