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만 계속 있었다면 이런 아름다운 은퇴가 가능했을까.
프로야구 KT 위즈는 18일 “영원한 캡틴 박경수(40)가 22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성남고 시절 거포 내야수로 이름을 날린 박경수는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1차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박경수는 기대와 달리 10년이 넘게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며 평범한 수비형 야수로 커리어를 보냈다. LG 시절 타율은 늘 2할대 중반 아래였고, 거포라는 명성과 다르게 두 자릿수 홈런은 그에게 어려운 과제였다.
LG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박경수는 2015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8억2000만 원에 막내 구단 KT로 이적하며 비로소 잠재력을 발산했다. 첫해부터 22홈런으로 성남고 거포의 귀환을 알린 뒤 2020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다. 2016년 데뷔 첫 3할 타율(3할1푼3리) 달성에 이어 2018년 한 시즌 최다인 25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경수는 작년 8월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KBO리그 역대 18번째 20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20년 만에 훈장과도 같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박경수는 “이건 선수로서 정말 의미 있는 기록이다. 프로야구 40년 동안 18번째로 알고 있는데 과거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이를 해냈다. 내가 그 반열에 오른 건 아니지만 야수를 오래 하다보니까 2000번째 경기를 뛰게 됐다. 영광스럽고 자부심이 생긴다. 이 기록은 솔직히 달성하고 싶었다”라며 "KT는 날 만들어준 팀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생긴다. 2000경기라는 기록 또한 KT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기록 달성의 공을 KT 구단에 돌렸다.
박경수는 팀 KT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실력은 기본이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신생팀의 1군 정착에 큰 힘을 보탰다. 이에 힘입어 2020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26억 원에 두 번째 FA 계약에 골인했고, 2021년 생애 첫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박경수는 올 시즌 프로 22년차를 맞아 5경기 타율 6할6푼7리(3타수 2안타) 1타점에 그쳤다. 4월 2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을 끝으로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줄곧 선수단과 동행하며 주장이자 플레잉코치 역할을 수행했고, 꼴찌에서 5위,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업셋, 준플레이오프 5차전 끝장승부를 펼치는 마법의 여정을 이끌었다. KT 입단 후 늘 그랬듯 베테랑부터 신인까지 선수단 단합에 큰 힘을 보탰다.
22년 프로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박경수의 1군 통산 성적은 2043경기 타율 2할4푼9리(5608타수 1396안타) 161홈런 719타점 727득점이다.
KT 구단은 "2003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박경수는 2015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통해 KT로 이적, 10년간 팀의 핵심 선수이자 리더로 활약했다. 통산 204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9리, 161홈런, 719타점, 727득점을 기록했으며, 2021시즌 한국시리즈에선 공수 맹활약으로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한 바 있다"라고 박경수의 업적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성실한 자기 관리와 프로 선수로서의 태도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또한, KT 선수 생활 10년 중 6년(2016~2018년, 2022~2024년) 동안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면서 헌신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박경수는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분들 덕분에 22년간 프로 선수로 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더 많아진 팬분들의 큰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라며 “구단과 감독님, 코치님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우승과 한국시리즈 MVP를 경험하는 등 최고의 순간들도 보낼 수 있었다. 함께 해준 후배들에게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박경수의 은퇴식은 내년 시즌 초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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