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동남풍을 일으킨 제갈공명처럼, 가을비를 불러오는 염갈량인가.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삼성과 3차전에서 명품 투수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대구 원정에서 1~2차전을 모두 패배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LG는 홈에서 열린 3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1승 2패, 물론 여전히 절대 불리하다. LG는 18일 4차전에서도 반드시 승리해야 최종 5차전 '승자 독식 경기'를 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3차전에서 '일기예보'를 믿고 올인 전략을 가동했다. 선발투수 임찬규에 이어 불펜 필승카드 에르난데스를 거의 선발투수처럼 기용한 것.
경기 전부터 염 감독은 "1패만 하면 끝난다. 에르난데스가 오늘 2번째 투수로 나간다. 5일을 쉬었기 때문에 선발투수처럼 길게 던질 수도 있다. 벼랑 끝에 있기 때문에 가장 센 카드로 가면서 상황을 봐야한다. 다음이 없다”고 말했다.
임찬규가 6회 1아웃까지 84구를 던지며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자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에르난데스를 투입했다. 에르난데스는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60구를 던지며 3⅔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임찬규+에르난데스, 투수 2명으로 경기를 끝낸 것은 18일 비 예보를 철썩같이 믿고 올인했다. 염 감독은 "내일 비가 온다는 것을 믿고 에르난데스를 길게 갔다. 비 예보가 없었다면, 엔스와 이닝을 쪼개 썼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단 에르난데스는 18일 무조건 휴식이다. 만약 18일 우천 취소가 되면, 다음 날 19일에는 에르난데스가 등판할 수 있다. 투구 수 60구를 넘어가지 않았다. 에르난데스의 몸 상태를 체크해야 겠지만, 하루 쉬면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우천 취소된 바 있다.
LG가 그토록 바란 비였다. 전날 1차전에서 패배해 분위기도 다운됐고,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접전을 치르며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6경기 중 낮 경기만 4경기를 했다. 달콤한 휴식으로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또 비로 2차전이 하루 미뤄지면서, 선발 로테이션도 조정할 수 있었다. 엔스가 3일 휴식에 이어 4일 휴식으로 2차전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천 취소가 되면서 손주영을 2차전 선발로 기용하고, 엔스를 4차전으로 돌릴 수 있었다.
염 감독은 “(14일) 비가 와서 우리에게 가장 큰 혜택은 좋은 선수들이 3번 선발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비가 안 왔으면 안 좋은 선수가 3번 나갔을 것이다”고 말했다. 1~5차전 최원태-엔스-손주영-임찬규-최원태로 던질 예정이었으나, 우천 취소로 최원태-손주영-임찬규-엔스-손주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바뀌었다.
비록 15일 열린 2차전에서 손주영이 패전 투수가 됐지만,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가게 된다면 선발진이 더 낫다. 엔스는 4일이 아닌 8일을 푹 쉬고 18일 4차전 선발로 등판한다. 과연 이번에도 비 예보는 맞아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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