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우완 투수 워커 뷸러(30)가 가을야구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빅게임 피처’ 명성을 재확인하며 팀 동료 오타니 쇼헤이(30)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뷸러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 시티필드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 3차전에 선발등판, 4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다저스의 8-0 완승에 발판이 됐다.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갔다.
뷸러는 지난 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 선발로 나섰지만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 패전을 안았다. 삼진을 하나도 잡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는 투구였다.
하지만 8일 만에 나선 이날은 달랐다. 1회부터 마크 비엔토스, 피트 알론소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실점 없이 막은 뷸러는 2회 1사 만루에서 프란시스코 알바레즈, 프란시스코 린도어를 연속 삼진 돌려세우며 위기를 극복했다. 알바레즈에겐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시속 94.1마일(151.4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았고, 린도어 상대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몸쪽 낮은 시속 78마일(125.5km) 너클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3회에도 2사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J.D. 마르티네스를 바깥쪽 낮게 빠지는 시속 81.3마일(130.8km)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4회는 이날 경기 첫 삼자범퇴 이닝으로 마지막 타자 알바레즈를 바깥쪽 낮은 시속 93.2마일(150.0km) 포심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 아웃시켰다.
5회 시작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긴 뷸러는 투구수 90개로 마쳤다. 선발승 요건을 채우지 못했지만 최고 시속 95.4마일(153.5km), 평균 93.8마일(151.0km) 포심 패스트볼(24개) 외에도 스위퍼(21개), 커터, 너클 커브(이상 16개), 싱커(13개) 등 여러 구종을 섞어 던지며 메츠 타선을 잠재웠다. 올 시즌 개인 최다 18번의 헛스윙을 유도할 정도로 공의 움직임이 좋았다.
8회 스리런 홈런으로 다저스 승리에 쐐기를 박은 오타니도 경기 후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인터뷰에서 “선발투수 뷸러가 훌륭했다. 경기에 있어 좋은 흐름을 만들어준 훌륭한 투구였다”며 감탄할 정도로 좋은 투구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2회 2사 만루에서 린도어를 너클 커브로 헛스윙 삼진 잡은 장면을 승부처로 꼽으며 “뷸러는 그동안 많은 배움 속에 교훈을 얻었다. 지금의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이해하고 있다”며 “그는 큰 수술에서 돌아와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6~7월에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고 칭찬했다.
2018~2022년 다저스 핵심 선발로 활약하며 큰 경기에 강해 ‘빅게임 피처’로 불렸던 뷸러는 2022년 8월 팔꿈치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두 번째 토미 존 수술로 재활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통째로 쉬었다. 올해 복귀했지만 16경기(75⅓이닝) 1승6패 평균자책점 5.38 탈삼진 64개로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6월말 고관절 염증으로 한 달 넘게 쉬는 등 부상을 또 당하며 구위가 떨어졌고, 제구도 예전 같지 않았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예전처럼 패스트볼 힘으로만 승부하지 않고 우타자 바깥으로 휘는 스위퍼, 느린 속도로 꺾이는 너클 커브 비율을 늘려 변화를 줬다. 2회 린도어를 삼진 잡은 것에 대해 뷸러는 “2018~2020년이었다면 패스트볼을 던졌을 것이다. 이제는 주자가 있어도 풀카운트에서 커브볼을 던져야 한다”며 힘으로 승부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는 걸 인정했다.
이날 뷸러는 포스트시즌 17번째 선발등판을 가졌다. 클레이튼 커쇼(32경기)에 이어 다저스 역대 2위 기록. 뷸러는 “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운 좋게 많이 던질 수 있었다”며 “기록이나 FA 같은 중요하지만 라커룸에 있는 25명의 선수들이 내가 나올 때 이길 수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라커룸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은퇴 후 가장 자랑스러울 것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뷸러가 가을야구 활약으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