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인정한 '올해의 배우'가 나타났다. 걸그룹 뉴진스의 해린을 떠올리게 하는 걸그룹 센터상의 고양이 같은 외모를 가진 배우. 그 이면에 현실감 짙은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배우가 있었다. 언젠가 선배 연기자 전도연을 닮은 미래를 꿈꾸는 신인 배우 박서윤이다.
박서윤은 지난 11일 폐막한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박서윤 주연의 영화 '허밍'(감독 이승재)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 초청작으로 미완성된 영화 한 편의 후시 작업을 함께 하는 녹음기사와 단역 배우, 그리고 사망한 어느 여배우의 일화를 중심으로 도전적인 형식과 공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 가운데 박서윤은 세상을 떠난 여배우인 미정 역을 맡아 활약했다. 이에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박서윤을 만나 영화와 수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도 꿈인 것 같다"라고 운을 뗀 박서윤은 "작년에 부산에 뉴커런츠 주인공으로 갔을 때 이런 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엄청 찾아보고 나도 후보에 올랐나 싶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소감도 써봤는데 정말 어려운 상이고 너무 자만했다는 생각을 가졌다. 열심히 해서 그 상을 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나서 그 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다. 더 긴 시간 노력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쌓아서 받았어야 하는 상인데 앞으로 이 상 받고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주신 것 같다"라고 감격했다.
또한 그는 심사위원이었던 김선영, 류준열에 대해 "따로 이야기 할 시간이 길지 않아서 길게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그런데 류준열 선배님이 '허밍' 첫 프리미어 상영관에서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고 해주셨다. 일단 선배님이 영화를 끝까지 봐주신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 김선영 선배님도 너무 잘 봤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선영 선배님께 너무 존경하고 롤모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시상대에 올라가니 입이 잘 안 떨어지더라. 감사합니다라는 말 밖에 안 나와서 나중에 또 뵙게 된다면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서윤은 "김선영 배우님 처음 뵌 게 '응답하라 1988'이었다. 그 작품으로 처음 뵀다. 너무 기억에 남았다. 선우엄마가 나올 때 기대가 됐다. 어떤 연기를 하실지 궁금했다. 연기 같지가 않고 그 사람처럼 느껴지더라. '이 분은 진짜 이런 삶을 살아오신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저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 같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에 '열여덟의 순간'에 나오신 걸 보는데 전 역할이 또 생각이 안 나오고 카멜레온 같았다. 어쩜 그렇게 그 인물에 맞춰서 완벽하게 변화할 수 있나 궁금했다. 그런데 김선영 선배님이 심사평에 카메라를 넘어서서 그 인물을 만나는 느낌을 만나는 기분을 선사해줬다고 해주셨다. 제가 선배님을 보고 느낀 기분을 저한테 말해주시니 뿌듯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구나 잘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어릴 때는 여군이 되고 싶었다. 고고학자 꿈도 꿨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제가 꼭 고고학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꽤 오랫동안 둘 중에 뭘할까 생각을 하며 지내다가 아빠 친구 아들이 연기 학원 재미있다고 자랑을 하길래 따라갔다. 그런데 선생님이 왔으니까 수업 듣고 가라고 하셔서 처음 알게 됐다. 12살 때 그 3시간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 길로 엄마, 아빠한테 졸랐다. 연기학원 다니고 싶다고 했다. 1년 정도 설득 끝에 등록을 해주셔서 연기하고 있다. 엄청 큰 응원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크게 응원해주시고 따뜻하게 격려해주셔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런 박서윤의 수상을 온가족이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그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수상 소식을 알렸다. 가족들 다 '진짜야? 서윤이가 이런 거로 거짓말할 리는 없는데'라고 기뻐하시더라. 통화 너머로 들으면서 너무 뿌듯했다"라며 웃었다.
영광의 순간을 안겨준 '허밍'은 어땠을까. 박서윤은 캐릭터 미정의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단순히 배우 생활에 대한 고민보다는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인생에 대한 고민도 같이 품은 것 같더라. 저한테는 그렇게 아직까지 미정이 만큼 인생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온 일이나 슬럼프에 빠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미정이를 이해할 때 조금 어려웠던 부분도 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도 했다. 감히 제가 이해한다고 말을 하긴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닮은 점이 있다면, 미정이도 연기를 좋아하고 너무 좋아하는데 방식과 강압적인 엄마의 모습과 영화 촬영이 안 맞았던 것 같다.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달랐던 현실에 슬럼프가 왔던 것 같다. 저도 연기를 좋아하지만 저는 반대로 엄마 아빠가 저를 너무 풀어두셔서 강압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조언도 해주시고. 제가 먼저 하고 싶어서찾아가고 엄마, 아빠한테 조언 좀 해달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연기를 너무 좋아하고 하고 싶다는 점에서만 닮았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모든 작품을 볼 때 연기가 해보고 싶다. 최근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스펜서'를 재미있게 봤다. 그런 연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 연습을 할지 생각하게 된다. 작품이 좋은 것도 있지만 일단 그 연기와 배우를 보게 되더라. 그래서 배우와 연기에 대한 끈을 놓을 수가 없고 계속 관심을 갖게 되더라. 지금은 전보다 더 관심이 많이 생겼다. 조금 더 계획적, 설계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상을 제가 받을 만 했어'라고 생각하며 받은 게 아니다 보니까 부족한 나이에 주셨는데 너무 받아서 기쁘다고 말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조금 있다"라며 "중국의 주동우 배우처럼 되는 게 목표다. 영화 '소년 시절의 너'를 너무 감명 깊게 봤다. 특히 전도연 선배님을 너무 닮고 싶다. 항상 롤모델로 뽑고 있다. 그 분의 연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밀양'을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 처음 봤을 때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언젠가부터 영화를 볼 때 자꾸 배우를 생각하면서 연기를 보고 있더라. 그런데 '밀양'에서는 그냥 작품이 보였다. 외롭고 슬픈 여자 밖에 안 보였다. 언젠가 선배님과 한 작품에서 만나 '정말 팬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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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민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