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은 이미 나와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내부 프리에이전트(FA)이자 필수불가결한 자원에 대해 얼마의 가치를 책정해야 할까.
롯데는 최근 5년 동안 불펜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구승민(34)과 김원중(31)이 동시에 FA 자격을 얻는다. 신인 시절부터 함께 성장했던 이들은 커리어를 만개하기 시작한 시점도 비슷했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로 지명된 구승민은 상무에서 2017년 전역한 뒤 본격적으로 불펜 한 자리를 차지했다. 2018년 64경기 7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의 기록으로 생애 첫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41경기 1승 4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6.25의 성적에 그쳤고 시즌을 채 마치기도 전에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구승민은 리그에서 가장 건강한 불펜 투수였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6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역대 2번째로 4년 연속 20홀드 기록을 달성했다. 이 기간 88홀드로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홀드를 수확했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 김원중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2018년 규정이닝(145⅓이닝)을 소화했지만 평균자책점 꼴찌였다. 2019년까지 3년 간 선발로 71경기 19승 24패 평균자책점 6.35에 그쳤다. 결국 2019년 후반기부터 불펜 투수로 전향했고 이는 현재 마무리 투수 전환의 초석을 만들었다. 2020년부터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전업한 김원중은 4년 동안 107세이브를 수확했다.
구승민과 김원중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구단 최다 홀드와 100홀드, 최다 세이브와 100세이브 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불펜 투수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예비 FA’ 시즌인 올해, 두 선수 나란히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김원중은 올해 56경기 3승 6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5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데뷔 첫 30세이브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 궤도를 되찾는듯 했지만 올해 여러 수치들이 하락했다. 특히 7월 21일 대구 삼성전부터 31 일 인천 SSG전까지, 김원중은 등판한 5경기에서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2패 블론세이브 3개를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 20.25에 달했다. 특히 31일 인천 경기는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팀도 연장 끝에 11-12로 패했다.이후 기록 회복이 쉽지 않았다. 2.19였던 평균자책점은 3.95까지 치솟았고 이후 2점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구승민과 마찬가지로 9이닝 당 볼넷이 4.41개로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터프한 상황에서 아쉬운 성적들이 나왔다. 동점 혹은 역전 위기에서 맞이한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블론세이브가 3개. 지킨 것은 1번 뿐이었다.
시장가는 그 시점의 상대적인 가치 평가에 의해 달라지는 것. 하지만 이전 시점을 기준점이 없지는 않다. 구승민과 김원중에게 때마침 직전 FA 시즌에 기준점이 있다. 구승민은 2+2년 최대 24억5000만원에 두산과 FA 계약을 맺은 홍건희(32), 김원중은 KT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4년 최대 58억원 계약을 맺은 김재윤(34)이 있다.
다만, 이들의 계약 총액보다는 세부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홍건희는 총액 24억 원 중 계약금 3억원에 연봉 총액 21억원, 인센티브 5000만원의 조건이다. 하지만 첫 2년 간 총액은 9억5000만원이고 2년 계약이 끝난 뒤 15억원의 선수 옵션이 포함돼 있다. 실질적인 보장 금액이 낮다. 김재윤 역시 계약금 20억원 연봉 보장액 28억원, 인센티브 10억원의 조건이다. 보장 금액은 48억 원 수준이다.
불펜 FA들에 대한 위험 부담 때문인지, 여러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고 계약을 진행했다.
절대적인 기준점은 마련됐고, 이제 상대적인 시장가를 놓고 바라봐야 한다. 두 선수 모두 시장에서 나름의 매력을 느끼는 선수들이다. 불펜 투수에게 필요한 결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은 매력 요소. 하지만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불펜 투수들이라는 점이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럼에도 롯데는 두 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롯데가 이들에에 얼마의 가치를 매기느냐에 따라 시장가도 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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