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가, 우리의 권위를 유지할 것인가, 우리의 가치를 유지할 것인가."
2024시즌 K리그1 파이널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가 1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렸다.
파이널A에 진출한 6개 구단(울산, 김천, 강원, 포항, 서울, 수원FC) 감독과 대표 선수가 참석해 파이널라운드를 향한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울산(승점 61점)이 1위에 자리하고 있고 김천상무(56점), 강원FC(55점), 포항 스틸러스(51점), FC서울(50점), 수원FC(49점)가 2위부터 6위까지 차례로 위치했다. 파이널A에 자리한 6팀은 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격돌한다.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판곤 울산HD 감독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스플릿 라운드와 우승 경쟁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파이널 A, B로 나뉘어 이런 라운드에 돌입한다는게 사실 미국에서 많이 하던 거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져가겠다는 연맹의 전략적인 계획이다. 감독으로서는 좀 힘들지만, 팬들이나 흥행을 봤을 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 부담돼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강원전 김판곤 감독의 라커룸 토크가 팬들 사이에선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김 감독은 "왕권에 도전하면 무자비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강력하게 주입했다.
김 감독은 "챔피언을 두 번이나 했다는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나온 말이다. 당시엔 강원이 1위였다. 이제 챔피언에 도전하는 팀과 맞서는 것이다 보니 그런 컨셉을 가지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제가 또 말레이시아에 있다 왔다. 왕이 통치하는 나라다. 대통령이 있는 나라와 완전히 달랐다. 내가 본 왕은 자비로웠고 차도 직접 몰았다. 군중 앞에서 이야기도 몇 마디 하면서 국민들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그런데 왕권에 도전하는 사람을 대할 땐 정말 무자비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용서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비가 없었다. 그걸 알게 됐을 때 이렇게 컨셉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좀 과했다. 지금 보면 전 조금 오글오글 하다"라며 머쓱해 했다.
김판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 어느 때보다 무자비하게 나서야 하는 파이널라운드 5경기다. 김 감독은 "우승을 두 번이나 해본 선수들이다. 화이팅하며 에너지를 내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가, 우리의 권위를 유지할 것인가, 우리의 가치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울산은 최고 수준의 선수, 최고 수준의 감독이 와야 하는 팀이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스포츠는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고 해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게 아니다. 27년을 했는데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우리가 최고 폼을 발휘하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재수 없어서 퇴장당해 질 수도 있고 우리 발에 맞고 자책골이 들어갈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나올 수 있다. 그래도 폼이 좋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 폼과 경기력에 주안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울산은 이번 A매치 기간 대한민국 대표팀에 여러 선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잘했다. 조현우, 이명재, 주민규도 첫 경기에서 자기 역할 잘 해냈다. 컨디션 생각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국가에 공헌하라고 했다. 대신 다치지는 말라고 했다. 최선을 다했고 좋은 모습 보였다고 생각한다"라며 뿌듯함을 보였다.
김판곤 감독은 "포항은 역동적이다. 김천은 안정적이면서도 힘과 속도가 있다. 강원은 공격 옵션이 많아 내가 고생했다. 수원도 안정적이다. 다만 서울은 아직 모른다. 아직 안 붙어봤다. 멀리서 보기엔 상당히 좋은 팀이다. 그래도 일단 순위 상 높이 있는 강원, 김천과 경기가 중요하다"라며 우승을 위해선 두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리그 우승에 성공한다면 왕관을 30개 준비해 선수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조그마한 공약을 이야기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