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이 '보통의 가족' 연출을 결심하게 됐던 계기부터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16일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는 ‘<보통의 가족>… 보통 영화가 아니네? (Ft.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은 ‘제48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1년 전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심지어 각색된 4편 영화 중 ‘보통의 가족’이 가장 호평을 받았다고. 처음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냐고 묻자 허진호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던 건 대본부터 받았다. 대본 읽고 만들어진 영화를 봤고, 그 다음 원작을 읽어봤다. 시간 역순으로 파악해나갔다"라며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는 만들어진 작품들이 있었다는 게 감독들이 좀 걸려하는 게 있다. 왜냐면 그것보다 더 잘 만들어야 하고 혹은 ‘못 만들면 어떡하지’ 싶었다. 근데 평소 사람의 이중성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용기를 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허진호 감독은 시나리오 중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연출 욕구를 자극했다며 “우리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규정들을 하지 않냐. 잘 아는 사람을 단편적으로 규정하진 않지만 뉴스에 나오거나 혹은 멀리서 풍문으로 들은 사람들에 대한 어떤 사람들을 규정하고 그 사람은 어던 편만 있을 거라는 걸 하기 마련인데 그 이면에는 어떤 면이 있을까? 이런 것들을 평소에 궁금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 아이가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그런 고민들이 와 닿았다.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지? 어떤 게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일일까’ 아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더라. 그래서 만들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허진호 감독은 김희애, 설경구, 장동건, 수현을 캐스팅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장동건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배우가 이번 영화에서 처음 작업한다는 그는 먼저 설경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20여년 전, ‘박하사탕’ 홍보 차 일본에 방문한 설경구와 우연히 술집에서 만났다는 허진호 감독은 “정말 술을 많이 마셨다. 되게 친해졌다. 서로가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너무 잘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서 자주 보진 않았는데 되게 친한 느낌이 아직까지 들었다. 꼭 저 배우랑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설경구가 극 중 ‘재완’ 역의 차가운 면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배우가 가지는 매력들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좋은 배우고, 이 배우랑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20년이 지나고 약속을 지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동건과는 ‘위험한 관계’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다며 “가깝게 봤을 때 정말 착한 배우다. ‘위험한 관계’ 찍을 때 중국어로 대사를 해야 한다. 거기서 장쯔이 빼놓고 장백지도 광둥어 했다. 나중에 더빙한다고 대사 틀려도 된다고, 대충 숫자로 입을 맞추려고 했는데 장동건이 중국어로 해보겠다고 하더라. 국내 개봉시 자기 목소리를 안다고 한다더라. 정말 열심히 했다. 긴 대사도 다 외워서 왔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허진호 감독은 “근데 제가 현장에서 대사를 많이 바꾼다. 계속 바뀌는 대사를 장동건이 중국어로 외워야 한다”라며 “어느 날 매니저가 찾아오더니 ‘동건이 형이 차 안에서 기다린다’고 하더라. 정말 화가 많이 났나보다 했는데 불평 안하고 ‘감독님 제가 너무 힘들다’라고만 하더라. 저한테 욕을 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인성도 그렇고 정말 좋은 배우구나 싶었다. 그래서 보면 배우들과 감독들이 (장동건을) 굉장히 좋아한다”라며 “‘재규’역이라는 인물은 선한 모습이 드러나야 했다. 그런 면에서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나 잘 생기고 조각미남이고, 버지 역할을 잘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김희애 역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다고. 허진호 감독은 “‘봄날은 간다’ 끝나고 작품 애기를 한 적이 있다”라며 “생각보다 김희애 배우가 정말 일반인 같은 면이 있다. 배우가 가지는 날카로움이 없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물론 이제 후반에 가서는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지만 다른 면들이 귀엽기도 하고, 저도 못 봤던 것 같은데 그런 인물로서 연경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김희애는 배우 경력이 제일 선배지만, 현장에서 신인 배우처럼 겸손한 자세를 드러냈고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김희애는 대사를 많이 바꾸는 허진호 감독에 ‘저는 대사가 바뀌면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했지만 막상 촬영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하는 노련미를 보여줬다고. 이에 허진호 감독은 “잘 못한다고 해놓고 잘 해버리더라. 재밌었다”라고 감탄했다.
반면, 네 명의 배우 중 가장 막내인 수현은 오히려 대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았다고. 허진호 감독은 “전혀 위축감이 안든 게 좋더라. 수현 배우는 캐스팅하기 전에 만나서 작품 애기했을 때 느낀 건데 굉장히 밝았다. 그늘이 없는 그런 느낌들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배우들끼리의 케미 역시 좋았다며 “현장에서 본인들끼리 어떤 불편함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태리 영화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허진호 감독은 식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만큼 공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많이 촬영했다고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제가 길게 찍는 걸 좋아하는데 4명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앵글이 필요했던 상황이니까 길게 찍는 건 불가능했다. 대사에 힘이 더 필요하고 서로 부딪히는 장면이기 때문에"라며 "카메라 3대를 가지고 한 장면을 다양하게 촬영했다. 감정을 표출하는 게 많은데 최소 ‘OK’ 6번 이상은 했다. 울고 센 장면이 많았다. 첫 촬영부터 감정을 폭발시켰다. 카메라 잡히지 않는 배우들도 긴장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mint1023/@osen.co.kr
[사진] ‘이동진의 파이아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