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우승 2번이나 가로막았던 가을비의 악몽, 설마 이번에도? 나쁘게만 볼 필요 없다 [PO]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10.15 08: 40

대구에 내린 가을비는 어느 팀의 편일까. 
지난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미뤄졌다. 이날 대구 지역에 비 예보가 있었는데 정확했다. 오후부터 내린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더니 오후 4시30분을 넘어 야구장 주변이 어두컴컴해졌다. 빗줄기가 갈수록 굵어졌고, 결국 오후 4시47분 우천 취소 결정이 났다. 플레이오프 역대 6번째, 포스트시즌 역대 20번째 우천 연기. 
시리즈의 흐름을 미묘하게 뒤바꿀 수 있는 비가 될 수 있다. 1차전에서 삼성은 홈런 3방 포함 장단 14안타를 치면서 LG를 10-4로 꺾었다. 2주 실전 공백을 무색케 하는 타선 폭발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5경기를 꽉 채워 올라온 LG를 무섭게 몰아붙였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가 우천 연기됐다. 비가 내린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방수포가 덮여 있다. 2024.10.14 / foto0307@osen.co.kr

결국 우천 취소 됐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14일 오후 6시30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4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우천 취소를 알리는 문구가 전광판에 표시 되어 있다. 2024.10.14 / soul1014@osen.co.kr

그러나 2차전이 비로 하루 미뤄지면서 좋은 흐름이 끊어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LG가 얻는 이득이 크다. LG는 2차전 선발투수를 디트릭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바꿨다. 준PO에서 1차전과 4차전 선발로 나서며 3일 휴식 등판을 했던 엔스는 이날도 4일 휴식으로 등판 간격이 타이트했다. 엔스의 피로도가 우려됐는데 비가 오면서 LG는 한숨 돌렸다.
엔스보다 최근 흐름이 훨씬 좋은 손주영 선발 카드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이 LG로선 크다. 엔스에게 추가 휴식을 주면서 강한 선발을 3차전이 아니라 2차전으로 앞당겨 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가을야구 6경기를 치르면서 피로가 쌓였을 야수진도 꿀맛 같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우천 취소가 결정된 뒤 인터뷰실을 찾은 염경엽 LG 감독도 입이 귀에 걸렸다. 염경엽 감독은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비가 와줬다.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비가 될 것 같다”며 “선발투수가 바뀌었으니 (시리즈의 흐름도) 바뀔 것이다. 모레(16일)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2이닝 쓰는 것에도 부담이 없다. (마운드 운영에서) 조금 더 확률 높은 옵션을 가질 수 있게 됐으니 비가 온 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PO가 5차전까지 가게 되면 LG는 불안한 최원태 대신 손주영 선발 카드를 한 번 더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얻는 이득이 크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홈팀 삼성은 원태인를 선발로, 방문팀 LG는 엔스를 선발로 투입 예정이었다.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14 / foto0307@osen.co.kr
LG 손주영. 2024.10.08 / rumi@osen.co.kr
반면 삼성은 가을야구에서 비로 인한 악몽이 두 차례 있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진다. 1984년 한국시리즈(KS)가 대표적이다. 당시 삼성은 롯데와 7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3승4패로 준우승했다. 당시 잠실에서 열린 7차전이 비로 하루 미뤄졌고, 롯데는 에이스 최동원이 7차전 선발로 또 나서 완투승했다. 당시 최동원은 1차전 완봉승, 3차전 완투승, 5차전 완투패, 6차전 구원승을 올렸다. 비가 오지 않고 정상적인 날짜에 7차전이 열렸다면 6차전에 이어 7차전 선발로 나서 완투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비 덕분에 천금 같은 휴식을 취한 최동원은 KS 사상 유일무이한 ‘나홀로 4승’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삼성의 우승을 가로막았다. 
2001년 KS도 비 때문에 망쳤다. 당시 대구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선승을 거둔 삼성은 그러나 2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됐다. 그해 두산은 한화 상대로 준PO 2연승을 거두며 PO에 진출한 뒤 현대를 3승1패로 업셋하며 KS에 진출했다. KS 1차전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단비가 왔다. 10승 투수가 전무했던 당시 두산은 불펜 의존도가 높은 팀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반가운 비였고, 하루 쉬고 나선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내리 이겼다. 결국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업셋의 희생양이 되며 첫 우승 한풀이를 이듬해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2002년 첫 우승의 한을 푼 뒤 삼성은 가을비의 심술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 2006년 한화와의 KS도 대구 홈에서 열린 1차전 승리 후 2차전이 비로 하루 미뤄져 패했지만 4승1패1무로 우승했다. 2012년 SK와의 KS에선 1~2차전 대구 홈에서 연승한 뒤 인천에서 열린 3차전이 비로 연기됐다. 3~4차전을 모두 내주며 2승2패 동률이 됐지만 잠실에서 열린 5~6차전을 잡고 4승2패로 통합 우승 2연패에 성공했다. 
이번 가을비도 마냥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삼성 입장에서도 이득이 있다. 먼저 1차전 선발 데니 레예스가 원래 일정대로라면 3일 휴식을 갖고 4차전에 나서야 했지만 비 덕분에 휴식일이 하루 늘었다. 4일 휴식 등판이 가능해졌다. 또한 1차전에서 어지럼증으로 구토 증세를 보이며 경기 후 수액을 맞았던 중심타자 구자욱도 하루 푹 쉬어갈 수 있게 됐다. 이날 훈련 때 좌측 목에 담 증세를 보여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았던 2루수 류지혁도 하루의 시간을 벌었다. 물론 삼성보다 LG가 얻는 이득이 더 크지만 비로 인한 유불리는 결국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가 우천 연기됐다. 김시진 경기 감독관이 비가 내리자 라이온즈파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24.10.14 / foto0307@osen.co.kr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가 우천 연기됐다. 전날 경기 종료 후 어지럼증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향했던 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 삼성 구자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0.14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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