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스위치 히터 3루수 호세 라미레즈(32)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가성비 선수로 불린다. 두 번이나 FA를 포기하며 클리블랜드와 연장 계약했다. 2017년 3월 5+2년 최대 50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하더니 2022년 4월에도 5년 1억2400만 달러 조건으로 또 연장 계약하며 클리블랜드에 남았다.
첫 번째 연장 계약이야 잠재력이 터지기 전이었지만 두 번째 연장 계약을 할 때는 FA 시장에 나오면 더 큰 계약이 가능했다.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최고의 3루수치곤 값싼 계약이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에 대한 애정이 큰 라미레즈는 12년째 원클럽맨의 길을 걷고 있고, 팀 승리를 위해 사비까지 털었다.
오하이오주 지역 라디오 방송국 ‘WARF’에서 클리블랜드 스페인어 전담 중계 맡고 있는 카를로스 바에르가에 따르면 라미레즈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5차전을 앞두고 팀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타점 하나에 500달러, 홈런 하나에 1000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했다.
팀 리더로서 선수단 동기 부여와 사기 진작을 위해 자신의 사비를 턴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이날 5차전에서 디트로이트를 7-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 올랐다. 2016년 이후 8년 만의 ALCS 진출. 15일부터 뉴욕 양키스와 7전4선승제 ALCS를 펼친다.
5회 결승 만루 홈런을 친 레인 토마스가 5타점을 올렸고, 라미레즈와 브라이언 로키오가 1타점씩 올렸다. 토마스가 3500달러, 로키오가 500달러를 라미레즈에게 받게 됐다. 라미레즈는 자신에게 돌아갈 500달러를 빼고 4000달러를 동료들에게 쏜 셈이다.
이런 남다른 리더십을 지니고 있는 라미레즈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 중 하나다. 2013년 데뷔 후 올해까지 12시즌 통산 1451경기를 뛰며 타율 2할7푼9리(5377타수 1500안타) 255홈런 864타점 898득점 600볼넷 728삼진 243도루 출루율 .352 장타율 .504 OPS .856을 기록 중이다. 30-30 두 번, 20-20 5번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이다. 올스타에 6번 선정됐고, 실버슬러거에도 4번 뽑힐 정도로 꾸준함을 보였다.
올 시즌에도 158경기 타율 2할7푼9리(620타수 173안타) 39홈런 118타점 41도루 OPS .872로 활약했다. 54홈런 59도루로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최초로 50-50 대기록을 세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게 가려졌지만 라미레즈도 40-40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시즌 최종전이 순위와 관계없는 상황에서 우천으로 완전히 취소되는 바람에 아깝게 홈런 1개가 모자랐다.
ALDS에선 5경기 타율 1할8푼8리(16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OPS .788로 주춤했다. 하지만 라미레즈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14일 ALCS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라미레즈는 모든 것을 갖춘 선수다. 방송이나 여러 곳에서 그를 두고 과소평가됐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는 과소평가되지 않았다.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훌륭한 선수다. 여기 앉아있는 사람을 포함해 모두가 알고 있다”며 “스위치 히터로 장타력을 갖춘 3루수다. 수비도 훌륭하고, 주자로서도 훌륭하다. 정말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