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시간이 왔다. 4년간 추억을 쌓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날 때가 됐다. FA 가치가 높아진 김하성(29)을 샌디에이고는 잡을 여력이 없다. 팀 동료들도 이별을 직감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내년 시즌 샌디에이고에 대한 3가지 질문 중 하나로 누가 새로운 주전 유격수가 될지를 다뤘다. 4+1년 보장 2800만 달러, 최대 3900만 달러 계약을 한 김하성은 내년 상호 옵션 포기로 FA 시장에 나올 게 유력하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도 손을 잡았다.
디애슬레틱은 ‘2024년 이전에는 중견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잭슨 메릴이 유격수로 옮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장타력을 갖춘 골드글러브 우익수로 입지를 굳혔다. 올 시즌 후반에 잰더 보가츠가 부상을 당한 김하성 대신 유격수로 복귀했다. 유격수로 복귀한 뒤 나름 괜찮았지만 팀은 그가 내년에 2루수로 복귀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기존 선수보다 외부에서 새로운 유격수를 찾을 것으로 봤다.
김하성과 재계약은 시나리오에 넣지도 않았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어깨 수술을 받았지만 올 겨울 적잖은 구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팀이 슈퍼 유틸리티 옵션으로 그를 데려가길 원할 것이다. 샌디에이고도 그를 다시 데려오길 원하겠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다.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브루어스)를 제외하면 FA 유격수 경쟁자가 많지 않다’며 유격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시장에서 김하성의 가치가 높게 매겨질 것이라고 봤다.
샌디에이고는 고액 장기 계약 선수들이 팀에 넘친다. 2021년 2월 당시 유격수였던 외야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22년 8월 투수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 12월 내야수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 2023년 2월 투수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내야수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4월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와 줄줄이 장기 계약하면서 페이롤이 꽉 찼다.
여기에 올 시즌 주전 중견수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른 ‘신인왕 후보’ 메릴과 연장 계약도 준비 중이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겨울 이미 메릴과 연장 계약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선발 13승을 거둔 마이클 킹도 장기적으로 함께해야 할 자원. 지난겨울부터 긴축 모드로 들어선 샌디에이고인데 여러모로 김하성을 잡기 벅찬 상황이다.
샌디에이고에서 4년을 보내며 메이저리거로 성장한 김하성은 팀에 대한 애정이 크다.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홈팬들도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하성킴’ 챈트를 할 정도로 애정을 보내는 선수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어쩔 수 없는 이별이 많다.
샌디에이고 팀 동료들도 김하성과 이별을 직감했다. 지난 12일 LA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 5차전 패배 후 주요 선수들이 김하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역 라디오 방송 ‘샌디에이고 스포츠760’ 소속 마티 카스웰이 올린 클럽하우스 인터뷰에 따르면 ‘절친’ 외야수 주릭슨 프로파는 “김하성은 우리에게 큰 선수였다. 수비가 정말 좋은 유격수이고, 항상 클러치 안타도 많이 쳤다. (김하성이 포스트시즌에 못 뛰어서) 우리는 그를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절친 선수인 타티스 주니어도 “김하성이 그리울 것이다. 난 그를 정말 좋아한다. 우리 팀에 큰 힘이 되어줬다. 여기 클럽하우스에 있는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며 “최고의 FA 선수 중 한 명이다. 그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FA 대박도 기원했다.
한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김하성은 내년 4월 중순부터 5월쯤 실전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포츠의학 권위자 닐 엘라트라체 박사로부터 오른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수술을 받은 김하성은 완전 파열이 아닌 부분 파열이라 재활이 아주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