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8)는 뛰어난 실력만큼 남다른 워크에식과 야구에 대한 진심,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약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4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포기해 화제가 됐다. 지난 7월7일(이하 한국시간) 가족 문제를 이유로 제한선수명단에 오른 뒤 8월24일자로 해제됐는데 48일 동안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다. 이 기간 서비스 타임도 인정되지 않았다.
당초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야구운영사장은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릴 테니 다르빗슈에게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구단의 배려였지만 다르빗슈는 “그렇게 돈을 받는 건 옳지 않다”며 거절했다. 프렐러 사장은 물론 에이전트 조엘 울프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무척 놀라워했다.
9월 복귀 후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3.55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다르빗슈는 가을야구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7일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2차전에 7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샌디에이고의 10-2 완승을 이끌었다.
이어 4일 휴식을 갖고 나선 12일 5차전에도 다르빗슈는 6⅔이닝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2회 키케 에르난데스, 7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맞은 솔로 홈런 두 방이 아쉬웠지만 NLDS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제 몫을 했다.
타선이 2안타로 침묵한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에 0-2로 무릎 꿇으며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탈락했다. 다르빗슈도 패전을 안았다. 하지만 최고 시속 95.7마일(154.0km) 강속구를 뿌리며 커브(19개), 스위퍼(14개), 싱커(10개), 스플리터, 포심 패스트볼(이상 9개), 슬라이더, 커터(이상 8개) 등 7가지 구종을 고르게 구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결과는 아쉽지만 첫 날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은 우리 선수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며 “다르빗슈는 이번에도 대단했다. 몇 개의 공만 맞았을 뿐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며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적장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야마모토 요시노부뿐만 아니라 다르빗슈도 그렇고 외국에서 온 투수들을 조국을 위해 던진다. 그의 활약을 인정해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다르빗슈도 ‘닛칸스포츠’를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쉽다. 두 번째 맞은 홈런이 아쉽다. 벌써 오프시즌에 들어간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경기를 봐서 알겠지만 다저스는 쉽게 끝나는 팀이 아니다. 다저스가 있었기에 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팀이다. 다저스가 야마모토를 신뢰하고, 그 속에 그가 잘 던진 것도 감동적이었다”는 말로 상대에 대한 존중을 나타냈다.
다저스 간판 오타니 쇼헤이는 2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삼진, 이날 5차전도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다르빗슈에게 6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완벽하게 막혔다. 이에 대해 다르빗슈는 “오타니가 뭔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여러 가지로 생각했던 방법을 잘 실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답했다.
부상과 가족 문제 등을 이유로 시즌 중 3개월 공백이 있었던 다르빗슈는 “2~3개월 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루틴을 완전히 바꾸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난 야구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프로로서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루틴을 바꿨으니 내년에 더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프시즌에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