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지면 탈락인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포증을 극복했다. 같은 팀 일본인 선배 오타니 쇼헤이(30)도 야마모토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야마모토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5차전에 선발등판, 5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막고 다저스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승을 거둔 야마모토의 호투에 힘입어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샌디에이고를 꺾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14일부터 뉴욕 메츠와 7전4선승제 챔피언십시리즈를 갖는다.
‘MLB.com’ 통계 전문가 사라 랭스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포스트시즌 승자 독식 경기에서 선발로 5이닝 이상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막아낸 역대 3번째 신인이 됐다. 다저스 소속으로 승자 독식 게임에서 선발 5이닝 이상 무실점을 기록한 역대 5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야마모토에겐 물음표가 크게 붙어있었다. 지난 6일 열린 1차전에서 야마모토는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5차전 전날(1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야마모토를 선발이라고 발표하지 못했다. 팀 내에서도 야마모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보였다.
올해 샌디에이고 상대로 유독 약했던 야마모토는 구종마다 투구폼이 다른 ‘티핑’ 이슈도 있었다. 그 시작이 바로 한국에서 열렸던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였다. 지난 3월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진 야마모토는 1이닝 4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5실점으로 크게 무너지며 패전을 안았다. NLDS 1차전에도 1회부터 3점을 주며 ‘서울의 악몽’을 재현했다.
하지만 마지막 5차전에서 야마모토는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3회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아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3루 땅볼로 유도해 5-4-3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다. 나머지 4이닝은 안타를 맞지 않고 깔끔하게 막았다. 5회 투구를 마친 야마모토를 향해 로버츠 감독이 덕아웃 앞에서 포옹으로 반겼다. 오타니는 덕아웃 안에 들어온 야마모토와 손을 마주친 뒤 머리를 만지며 기뻐했다.
5회까지 총 투구수 63개로 최고 시속 98.2마일(158.0km), 평균 96.7마일(155.9km) 포심 패스트볼(32개) 스플리터, 커브(이상 11개), 슬라이더(5개), 커터(4개)를 구사했다. 포심 패스트볼이 시즌 평균 95.5마일(153.7km)보다 1.2마일(1.9km) 더 빠르게 나올 만큼 힘이 넘쳤다. 외야 펜스 앞까지 날아간 타구가 몇 개 있었지만 볼끝에 힘이 있었는지 뜬공으로 잡혔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우리가 봤던 야마모토 중 최고였다. 한국에서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 1회부터 야마모토에게 5득점을 냈는데 그게 100년 전 일처럼 느껴진다”며 “야마모토를 인정해야 한다. 패스트볼 구위가 살아 있었고, 필요할 때 변화구도 좋았다.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야마모토가 잘한 것이다”고 말했다.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야마모토가 경기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많은 성공을 거뒀고, 큰 경기에서도 던졌다. 그래서 그를 믿었고, 기회를 살릴 것이라고 봤다. 이 무대에서 도망가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며 “그와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팀 동료들도 극찬을 쏟아냈다. 발가락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됐지만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하는 ‘사이영상 3회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스포츠넷LA’와 인터뷰에서 “야마모토가 정말 자랑스럽다. 공격적으로 타자들을 몰아붙였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정신력을 보여줬다”며 감탄했다.
이날 5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지만 팀 승리에 기뻐한 오타니는 클럽하우스 샴페인 파티 때 흥분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인터뷰를 하던 야마모토에게 기습적으로 샴페인을 쏟아부은 오타니는 “야마모토의 투구는 압도적이었다. 불펜도 정말 훌륭했다. 점수가 적게 났지만 모두 팀플레이를 했다. 모두가 함께 만든 시리즈였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