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한창인 지금,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는 조용히 내년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아르테 모레노 에인절스 구단주는 내년 시즌 전력 보강을 예고하며 지난겨울 오타니를 잡지 않았던 이유도 밝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모레노 구단주와 인터뷰를 전했다. 오타니가 빠진 에인절스는 올해 63승99패(승률 .389)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5위 꼴찌로 추락하며 구단 역대 최다패 기록과 함께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모레노 구단주는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경쟁력 있는 팀으로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에 도전하겠다. 우리는 젊은 선수들이 있고, 이전보다 뎁스도 두꺼워졌다. 2026년에는 뎁스가 더 강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2025년 경쟁력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에인절스는 올해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투수 호세 소리아노, 잭 코채노위츠, 벤 조이스, 포수 로건 오하피, 1루수 놀란 샤누엘, 유격수 잭 네토 등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였다. 팀 내 1위 유망주 투수 케이든 데이나가 지난 9월 데뷔했고, 2루수 크리스티안 무어도 내년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젊은 선수 중심으로 적절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면 내년에 해볼 만하다는 기대가 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에인절스이지만 오타니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이는 건 사실이다. 지난겨울 오타니를 잡지 않은 것에 대해 모레토 구단주는 “마이크 트라웃, 앤서니 렌던과 계약했기 때문에 오타니와 재계약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지난 시즌 전후로 오타니 트레이드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우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경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에인절스는 2019년 3월 중견수 트라웃과 12년 4억2650만 달러로 당시 기준 메이저리그 최고액에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FA로 풀린 3루수 렌던을 7년 2억45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트라웃과는 2030년까지 연평균 3710만 달러, 렌던과는 2026년까지 연평균 3850만 달러 장기 계약이 돼 있다.
오타니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페이롤이 꽉 찬 에인절스로선 도저히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2018년 데뷔 후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로 전력이 약했지만 그래도 팀에 애정이 있었던 오타니는 다저스로부터 10년 7억 달러 FA 계약을 제안받은 뒤 에인절스에도 같은 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지 에이전트를 통해 문의했다. 그러나 모레노 구단주의 답이 없었다.
지난해 12월16일 ‘LA타임스’에 따르면 오타니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는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뛰는 걸 정말 좋아했다. 그곳의 모든 것과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들과 협상할 기회를 갖고 싶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다저스와 계약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오타니도 지난달 초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방문한 뒤 에인절스를 떠나게 된 과정에 대해 “실제로 제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에’라는 말을 할 수 없다”며 에둘러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트라웃과 렌던 때문에 오타니를 놓쳤는데 두 선수 모두 악성 계약이 되면서 에인절스로선 골치 아픈 상황이다. 최근 4년간 크고 작은 부상을 계속 당한 트라웃과 렌던은 각각 266경기, 205경기 출장에 그쳤다. 경기 출장률이 각각 41.0%, 31.6%에 불과하다. 트라웃은 건강할 때 타격 생산력이라도 있지만 렌던은 기량 하락이 뚜렷하다.
트라웃이야 당대 최고 타자였고, 프랜차이즈 스타라서 안 잡을 수 없었지만 렌던을 영입한 게 에인절스의 최대 악수가 됐다. 올해 57경기 타율 2할1푼8리(206타수 45안타) 무홈런 14타점 OPS .574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페리 미나시안 단장도 내년에는 렌던에게 주전 자리를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전력 외로 밀려날 가능성까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