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저지(32)가 침묵했지만 뉴욕 양키스에는 지안카를로 스탠튼(35)이 있었다. 저지의 부진을 지우는 결정적인 홈런으로 양키스 승리를 이끌었다.
스탠튼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코프먼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3선승제) 3차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8회초 결승 솔로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양키스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간 양키스는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놓았다.
양키스는 이번 ALDS에서 ‘캡틴’ 애런 저지가 부진하다. 1차전 4타수 무안타 1볼넷 3삼진, 2차전 3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에 이어 이날 3차전도 4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1회 첫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캔자스시티 유격수 바비 위트 주니어의 점프 캐치에 걸렸고, 5회 큼지막한 타구도 중앙 펜스 앞 뜬공으로 잡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8회에는 헛스윙 삼진 아웃됐다.
이로써 저지의 ALDS 3경기 타율 9푼1리(11타수 1안타)까지 떨어졌다. 포스트시즌 통산 47경기 타율 2할3리(182타수 37안타) 13홈런 25타점 OPS .748로 가을야구에 유독 약한 모습이다.
하지만 양키스에는 스탠튼이라는 또 다른 거포가 있었다. 2017년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 59홈런까지 쳤던 스탠튼은 2018년 양키스 이적 후 잦은 부상을 당해 ‘유리몸’으로 전락했다. 부상 여파로 성적도 떨어지면서 공갈포가 됐지만 올해 114경기 타율 2할3푼3리(417타수 97안타) 27홈런 72타점 OPS .773으로 반등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ALDS 3차전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4회 2사 1루에서 캔자스시티 선발 세스 루고의 2구째 몸쪽 낮은 싱커를 받아쳐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로 장식했다. 0의 균형을 깬 선취점.
6회에는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기습적으로 2루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스탠튼은 잘 뛰지 않았다. 최근 4년간 464경기에서 도루가 하나도 없었지만 이날 허를 찌르는 도루로 득점권에 위치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을 올리진 못했지만 모두를 놀라게 한 장면이었다.
결정적인 한 방은 2-2 동점으로 맞선 8회에 나왔다. 캔자스시티 좌완 셋업맨 크리스 부빅의 5구째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퍼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12.9마일(181.7km), 비거리 417피트(127.1m), 발사각 35도로 측정된 결승 솔로포. 실투가 아니었지만 낮은 공에 강한 스탠튼의 배트에 제대로 걸린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이날로 포스트시즌 통산 30경기째를 치른 스탠튼은 홈런 12개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첫 30경기 기준 카를로스 벨트란(14개), 넬슨 크루즈(13개) 다음으로 많이 쳤다. 포스트시즌 통산 장타율도 .633으로 75타석 이상 타자 기준으로 양키스 역사상 4위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스탠튼은 “이것이 내가 여기에 온 이유다. 우리는 내일(11일) 끝내야 한다. 흔들릴 여지가 없다”며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양키스 팀 동료 저지도 “이게 바로 스탠튼이다. 정규시즌이든 포스트시즌이든 우리가 필요로 할 때마다 결정타를 터뜨린다”고 치켜세웠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스탠튼은 킬러다. 중요한 순간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다. 홈런 타구는 경이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가을에 약한 저지와 달리 스탠튼은 포스트시즌 통산 30경기 타율 2할6푼6리(109타수 29안타) 12홈런 27타점 OPS .964로 정규시즌보다 좋다. 또 다른 동료 소토도 “포스트시즌은 모든 선수들이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저지는 매 순간을 정말 즐기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고 있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