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무상 트레이드의 신화를 쓴 KT 위즈 외야수 조용호(35)가 방출 통보를 받았다. KT의 가을야구에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방출로 팀을 떠나게 됐다.
KT는 10일 투수 박시영(35), 하준호(35), 조용근(28), 박시윤(25), 김지민(23), 한민우(25), 윤강찬(26), 외야수 조용호, 최정태(25), 김규대(22), 홍현빈(27) 등 11명의 선수들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이 조용호. 야탑고-단국대 출신 우투좌타 외야수로 2012년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한 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뛴 조용호는 군복무를 마치고 2014년 육성선수로 SK(현 SSG)에 입단했다.
3년간 2군에서 육성 과정을 거쳐 2017년 1군에 데뷔한 조용호는 2018년 시즌 후 KT로 무상 트레이드됐다. 외야수 자원이 풍부했던 SK는 조용호의 앞길을 열어주는 차원에서 KT에 조건 없이 그를 보냈다.
KT에 와서 출장 기회가 늘어난 조용호는 공수주에서 근성 있는 플레이를 앞세워 2020년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해 1번 타자로 132경기 타율 2할9푼6리(409타수 121안타) 32타점 73득점 64볼넷 출루율 3할9푼2리를 기록하며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21년에도 붙박이 1번 타자로 138경기 타율 2할3푼6리(428타수 101안타) 48타점 71득점 74볼넷 출루율 3할4푼9리를 기록했다. 타율은 낮지만 타석당 투구수 3위(4.3개)로 상대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리드오프 역할을 잘 수행했다.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 시즌에 주전 멤버로 활약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여세를 몰아 2022년에는 데뷔 첫 3할 타율도 달성했다. 131경기 타율 3할8리(474타수 146안타) 3홈런 44타점 52득점 49볼넷 출루율 3할7푼4리 OPS .756으로 타율 리그 전체 10위에 오르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고관절 부상 여파 속에 63경기 타율 2할4푼8리(161타수 40안타) 7타점 20득점 23볼넷 출루율 3할4푼2리에 그치며 주전 자리를 내줬다. 김민혁이 새로운 주전 외야수로 떠올랐고, 정준영도 백업으로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조용호의 팀 내 입지가 좁아들었다.
올해도 1군 60경기 출장에 그치며 타율 2할4푼8리(149타수 37안타) 13타점 17득점 13볼넷 출루율 3할9리로 KT 이적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지난 8월7일 광주 KIA전(6회 교체 출장, 1타수 무안타)이 1군 마지막 출장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비록 방출로 끝나긴 했지만 KT에서 6년을 뛴 조용호는 3시즌을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에 기여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영입한 선수라는 점에서 KT는 대박을 쳤다.
KBO리그의 무상 트레이드는 1984년 8월 외야수 김대진(삼미→OB), 1988년 12월 투수 박동경(삼성→롯데), 1992년 2월 내야수 김재박(LG→태평양), 2014년 2월 내야수 조중근(넥센→KT), 2015년 12월 내야수 신현철(SK→KT), 2016년 4월 내야수 서동욱(넥센→KIA) 이어 조용호까지 총 7번 있었다.
앞서 6명의 무상 트레이드 선수들은 길어야 3년만 뛰고 유니폼을 벗었다. 서동욱이 2016~2018년 KIA에서 3년간 281경기 타율 2할8푼2리(779타수 220안타) 23홈런 117타점 OPS .817로 임팩트 있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조용호는 그보다 긴 6년을 뛰면서 611경기 타율 2할7푼6리(1809타수 500안타) 3홈런 163타점 248득점 244볼넷 출루율 3할6푼3리로 누적 기록에서 훨씬 앞섰다.
무상 트레이드의 신화를 쓴 조용호가 3번째 팀을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최근 2년간 성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타격이 검증된 선수라는 점에서 수요가 있을 수 있다. 표본이 많은 건 아니지만 퓨처스리그 10경기 타율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1타점 8볼넷 출루율 5할8푼3리를 기록했다. 다만 30대 중반의 나이가 걸림돌인데 결국 몸 상태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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