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4번타자는 언제 안타를 때려낼까.
프로야구 LG 트윈스 문보경(24)은 KT와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무안타 침묵에 빠져 있다. 4경기에서 19타석 15타수 무안타. 타율은 '0'이고, 볼넷 3개를 골라 출루율 .167이다.
문보경은 정규 시즌에서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리 22홈런 101타점 장타율 .507, 출루율 .372, OPS .879로 활약했다. 후반기부터 4번타자 중책을 맡았는데, 전혀 부담 느끼지 않고 데뷔 처음으로 2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다. 타격에서 꾸준함을 인정받는 3년 연속 3할 타율도 기록했다. 1군 4년차에 LG의 보물로 급성장했다.
지난 9월 28일 삼성과 시즌 최종전에서 5타수 4안타 2홈런 6타점 3득점을 기록했는데, 일주일 만에 타격감이 바닥이다. 어느 누구도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 15타수 연속 무안타로 고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문보경은 2021년 준플레이오프, 2022년 플레이오프, 2023년 한국시리즈를 차례로 경험했고,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2경기 타율 3할8푼6리(44타수 17안타) 1홈런, 2루타 5개, 6타점 5볼넷 6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타자들 중에서 문보경이 유일한 무안타였다. 2차전까지 나란히 8타수 무안타였던 김현수는 3차전 6회 3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때렸다.
문보경은 전날 3차전에서 2회 유격수 땅볼, 3회 2사 2,3루에서 헛스윙 삼진, 5회 투수 땅볼로 아웃됐다. 7회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로 1루 주자를 2루로 보냈다. 9회에도 무사 1루에서 번트 자세를 잡았다가 버스터로 전환해 타격했는데, 1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4차전 기대감은 있었다. 이제는 터질 때가 됐고, 이날 4차전 KT 선발투수 쿠에바스 상대로 강했다. 문보경은 쿠에바스 상대로 통산 9타석 6타수 3안타 2홈런 3사사구 1삼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회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문보경은 2루수 땅볼로 물러나 타점 기회를 놓쳤다. 2-1로 앞선 3회 1아웃에서 3번 오스틴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문보경도 쿠에바스 상대로 볼넷을 골라 1,2루 찬스로 연결했다. 안타는 때리지 못했지만 출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박동원이 투수 땅볼 병살타를 때리는 바람에 찬스가 무산됐다. 5회 2사 후에는 고영표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문보경은 3-5로 뒤진 7회 선두타자로 나와 고영표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박동원의 3유간 깊숙한 땅볼 타구 때 문보경은 2루에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됐다. 그러나 KT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고, 심우준의 2루 송구가 더 빨라 세이프에서 아웃으로 번복됐다.
문보경의 발이 살짝 들리면서 슬라이딩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후 LG는 1사 1루에서 오지환의 안타, 포수의 포일(1득점), 김현수의 1타점 적시타로 5-5 동점으로 연결됐다. 문보경은 9회 1사 후 2루수 땅볼에 그치며 안타를 때려내진 못했다. 5타석 3타수 무안타 2볼넷으로 경기를 마쳤다.
수비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연장 11회말 무사 1,2루에서 황재균의 번트 타구를 잡고서 3루로 던졌는데, 세이프가 됐다. 발이 느린 주자 강백호를 생각했는지, 과감하게 3루 승부를 했지만 늦었다. 야수 선택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 결국 LG는 2사 만루에서 심우준의 빗맞은 내야 안타로 5-6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시리즈 성적 2승 2패가 됐고, 최종 5차전에서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결정된다.
염경엽 감독은 "단기전에서 한 두 명은 못 치기 마련이다. 4명 정도가 잘 치면 된다. 잘 치는 선수들에게 찬스가 걸리면 좋다"고 말했다. 부진했던 6~9번 하위타순의 오지환(16타수 5안타), 김현수(15타수 4안타 1홈런), 박해민(14타수 3안타 1홈런), 문성주(13타수 5안타)가 모두 살아났다. 1~3번은 1차전부터 잘했다.
4번타자 문보경만 남았다. 얼마나 극적인 순간에 안타를 때리려고 이렇게 지켜보는 이들을 애타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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