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할머니 얘기를 했는데, 그게 다 편집됐어요. 지금 치매 초기셔서 약물 치료 중이시거든요. 그 한 마디가 아쉬워요".
힘든 시절을 극복한 서사로 '흑백요리사'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준 '철가방 요리사'가 노쇠한 조모 언급에 눈시울을 붉혔다. 단단한 철가방 같은 외면 안에 요리에 대한 진심을 담은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셰프다.
임태훈 셰프는 최근 서울시 중구 서촌에 위치한 그의 중식당 도량에서 OSEN과 만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약칭 흑백요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그린 서바이벌 예능이다. 이 가운데 임태훈 셰프는 흑수저 계급의 '철가방 요리사'로 출연해 활약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셰프 가운데, 최종 15인 안에 들었던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셰프. 그의 첫 등장은 이름처럼 철가방을 들며 호기롭게 외친 "짜장면 시키신 분~!"이었다.
이와 관련 임태훈 셰프는 "실제 제 철가방 개인 소장품이 맞다"라며 웃었다. 그는 "제가 이력서상 중국집 배달 출신이다. 그로 인해 음식에 빠져 요리사가 된 건데 실제 제가 배달집을 운영한 적도 있다. 그 얘기를 들은 제작진 분들이 철가방을 들고 와달라고 부탁하셔서 들고 갔다. 멘트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뜻하지 않게 요리를 시작한 것처럼 말했으나 요리에 대한 진심 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이에 중식 대가 여경래 셰프의 책으로 요리를 공부했다고. 책으로만 만났던 우상, 마음 속의 사부인 여경래를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셰프는 '흑백요리사'에서 대결 상대로 만났다.
임태훈 셰프는 "여경래 사부님은 모든 중식 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이고 우상일 거다. 저는 특히나 그랬다. 제가 밑바닥부터 시작해 배움이 짧다. 서른살에 창업해 10년이 지났는데 그 과거사에 어깨너머로 배운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부족했고, 여경래 사부님, 여경옥 사부님의 책으로 배운 게 많았다. 지금도 그 책을 보고 있다. 그런 존경하는 분과 만날 순간이 오니 어떻게는 뵙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다만 그는 "방송이라 결과가 나온 것일 뿐 그게 어떻게 제가 이긴 것이라 할 수 있나. 요리에 이기고 지는 게 없다. 그 순간 승부는 없다. 단 한 번도 그걸 '이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취향의 차이라는 말도 죄송스럽다"라고 선을 그었다.
남다른 서사를 바탕으로 우승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던 '철가방 요리사'. 비록 결과는 아니었으나 그만큼 그를 응원하는 반응은 상당했다. 이에 임태훈 셰프는 "사실 예약이 바빠 방송도 제대로 못챙겨봤는데 연락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얼떨떨했다. 포스터 앞에 저랑 에드워드 리 셰프 님이 있어서 결승 후보라는 반응은 사실 나중에야 들었다. 일본어 더빙 목소리에 제 목소리를 유명 성우 분이 하셔서 우승자라는 예측을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방송 기간 중 오신 손님이 '1등하셨죠?'라고 물어보셔서 스포일러를 할 수도 없고 기분 좋게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네~ (마음만은) 1등 했습니다!'라고 말한 적은 있다. 맛있는 식사와 재미로 기분 좋게 돌아가셨으면 했다"라며 웃었다.
실제 그의 식당은 오후 브레이크타임까지 식당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임태훈 셰프는 "가수 성시경 씨의 유튜브 콘텐츠 '먹을텐데'에 나왔을 때도 2개월 정도는 항상 웨이팅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관심이 좀 덜해지면서 주말만 웨이팅이 있었는데 지금은 평일에도 새벽 6시부터 줄을 서시는 분들이 많다. 민원도 많이 들어와서 시스템화를 다시 짜려고 노력 중이다. 부산, 대전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셔서 너무 죄송스러웠다. 순번을 정해서 기다리는 수고를 덜어드리려 노력 중이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럼에도 그는 "더 받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그랬다가 주방 컨디션이 나빠지는 건 피하고 싶다. 이미 재료 수급도 힘들 지경이라 직원들도 힘들어 해서 충원도 알아보는 중이다. 그렇지만 '흑백요리사'의 인기 덕분일 뿐 저는 한번도 제가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 만큼 조금이라도 좋은 컨디션에 음식을 드리기 위해 신경 쓸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철가방 요리사'는 자신의 평범함을 강조했다. "저도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며 웃은 그는 "일적인 부분만 다른 거고 실제로는 완전 장난기 많고, 주방에서는 날카롭게 하는 것도 많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 지키려 한다. 첫 이미지로 판단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방송에서 모습이 제 모습이 아닌 건 아니다. 그렇지만 제 전부는 아니라 부담감도 없진 않다"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그는 "미공개 장면 중에 마지막 4라운드 레스토랑 방출 미션에서 탈락하고 제작진과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께 감사하다. 사랑합니다'라고 했는데 편집됐다. 안 나오더라. 지금 할머니가 큰 고모님이랑 살고 계신다. 아흔이신데 치매 초기셔서 약물 치료를 받고 계시다. 그런데도 바로 옆에서 얘기한 것도 까먹으실 때가 많다. 아직은 제 이름을 기억하시는데 조금이라도 알아보실 수 있을 때 '흑백요리사'를 나간 게 많이 뭉클하다. 그래서 더 그 한 마디가 편집된 게 너무 아쉬웠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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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