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잠수함투수 우규민(39)의 생애 첫 우승 염원이 이대로 좌절되는 것일까. 하필이면 상대에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를 내준 날 불의의 부상을 입으며 향후 가을야구 전망이 어두워진 우규민이다.
우규민은 지난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남기고 부상 교체됐다.
우규민은 3-6으로 뒤진 9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강철 감독은 마지막 9회말 희망을 살리고자 제구가 안정적인 베테랑 우규민에게 상대 추가점을 억제하는 추격조 임무를 맡겼다.
우규민은 등판과 함께 선두타자 오스틴 딘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문보경을 초구에 1루수 땅볼, 박동원을 2구 만에 1루수 파울플라이 처리하며 무사 1루를 2사 2루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규민은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갈 수 없었다. 박동원의 파울플라이를 유도한 2구째 131km를 커터를 던진 뒤 하체 부위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트레이너와 상태 체크 후 주권에게 바통을 넘겼다. 우규민은 다행히 제 발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지만, 하체 어딘가가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로 퇴장했다. KT 홈팬들의 탄식을 자아낸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우규민의 부상 부위는 왼쪽 햄스트링이었다. KT 관계자는 “우규민이 투구 중 왼쪽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느껴 교체됐다.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우규민은 작년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KT 1라운드 6순위 지명을 받고 마법사 군단에 합류했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3라운드 19순위로 뽑힌 그가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프로 3번째 이적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우규민은 39살이라는 은퇴를 해도 무방한 시기에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필승조 임무를 맡게 됐다.
‘가을야구 단골손님’ KT의 일원이 된 우규민의 목표는 단연 생애 첫 한국시리즈 진출 및 우승이었다. LG, 삼성 시절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한 우규민이기에 2021년 통합우승을 거두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은 KT 이적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어쩌면 21년 무관 탈출의 꿈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매 순간 구슬땀을 흘렸다.
우규민은 그 결과 이번 시즌 45경기 4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49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KT의 기적의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1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안정감을 뽐냈지만, 3차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남은 가을야구 등판 전망이 어두워졌다.
KT 이강철 감독은 3차전을 마친 뒤 “햄스트링 부위에 통증이 더 많이 올라올 거 같아서 그만 던지게 했다. 내일(9일) 상태를 한 번 봐야 한다”라고 우규민을 향한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KT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따낸 뒤 2연패에 빠지며 한 번만 더 패하면 이대로 마법의 여정이 종료되는 벼랑 끝에 몰렸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 1승 1패에서 3차전을 따낸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100%라고 알려진 가운데 KT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다시 한 번 0%의 기적을 써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우규민 또한 간절하게 KT의 업셋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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