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가섭이라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 출세작이 됐으면 한다"는 변영주 감독의 바람이 지켜질 것만 같다. 그만큼 극과 극 쌍둥이 형제의 1인 2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기 때문. '꿀고구마' 같던 드라마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사한 이가섭을 만나봤다.
이가섭은 8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약칭 백설공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정우(변요한 분)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이 가운데 이가섭은 쌍둥이 형제 현건오, 현수오 역을 맡아 1인 2역으로 활약했다.
이가섭은 "작품 나오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작품 나오고 나서 종영을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여서 다같이 봤다. 이상하게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작품 하면서 좋은 선배, 감독님과 만나서 '끝난 건가?' 하는 생각에 좋은 의미로 울컥했다"라고 종여 소감을 밝혔다.
변영주 감독이 SNS를 통해 변요한 주최로 모임이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이가섭은 "그런 경험이 저는 처음이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자주 모여서 다들 보니까 너무 고생했다고 인사했다. 아쉬워하기도 하고 박수 많이 치고 그러면서 봤다. 캐릭터들보다 배우들끼리는 웃으면서 즐겁게 종영을 마무리했다"라고 웃었다.
촬영을 마치고 2년 만에 다시 만난 드라마. 이 가운데 이가섭이 가장 아끼는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건오가 무천가든에 처음 들어와서 무천 마을의 사람들을 한 명씩 쳐다볼때 '이제 또 다른 인물이 들어와서 이야기가 재미있어 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엔딩크레딧에 배우들 이름이 한 분씩 다 나오는데 그 때 배우들을 잘 챙겨주셨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꼽았다.
"사람이 남는 작업을 한 것 같다"라고 밝힌 그는 "그게 굉장히 뜻깊었다.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시고 동료배우들 너나할 것 없이 캐릭터로 보면 다 앙숙이다. 실제로 보면 너무 좋으신 분들이다. 지금까지도 단톡방이 이어지고 방영 전에 2년 동안 단톡방이 끝까지 얘기가 나오고 보자고 하면 다 나오고 그러는 게 신기했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 더 똘똘 뭉치지 않았나 싶더라"라고 감탄했다.
그 덕분일까. 시청률이 계속해서 상승한 '백설공주'. 이가섭은 "10%를 도달 못한 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자체 최고 시청률로 끝났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한다.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래도 가끔씩 반응 보면 엔딩이 좋은 드라마인 것 같다고 해주셔서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수오가 정우(변요한 분) 가족에 합류하는 엔딩이 큰 화제를 모은 것에 대해 "수오 입장에선 감사하다. 정우네 가족이 했던 역할이 굉장히 용서하고 따뜻한 인물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 보면서 수오도 편해보였다. 비로소 편해진 수오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평했다.
실제 1인 2역 사이 큰 차이를 뒀다는 그는 "건오일 때는 오브젝트를 많이 썼다. 안경을 쓰고, 제 얼굴에 점이 있는데 가렸다가 풀었다. 건오가 누군가를 대할 때 보는 눈 시선 처리를 많이 신경 썼다. 건오랑 수오가 쌍둥이이기 때문에 교집합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오의 눈으로 볼 때의 상황과 수오의 눈으로 볼 때의 상황들에 있어서 원하는 상황들이 되면 눈이 비슷해졌다"라며 웃었다.
또한 "딱부러지게 얘기를 해야겠다는 상황이 오면 수오도 담당의사한테 얘기하듯 나중에 살려달라고 얘기할 때 쳐다보면서 얘기한다. 다른 때는 고개를 숙이고 다른 시선을 갖는데. 그런 점에서 쌍둥이가 가지는 교차점을 생각했다. 거의 이건 감독님과 디테일을 계속해서 맞춰나갔다. 수오의 고개를 돌렸을 때의 느낌들이 반복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서는 한번 정도 그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디테일을 감독님이 워낙 많이 말씀해주셔서 변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자폐를 앓고 있는 수오, 이가섭은 이를 위해 "레퍼런스는 외국 드라마 '굿닥터'의 주인공을 봤다. 번뜩이느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자폐를 가진 인물이었다. 따라할 순 없어서 제가 가진 것 안에서 표현하려고 했다. 애매하게 표현하지 말자가 있었다. 병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감정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약간의 애매한 표현은 하지 말자 생각했다. 한 인물이고, 한 캐릭터이다 보니까. 그래서 증세 같은 걸 떠나서 아버지 현구탁(권해효 분) 서장님을 보면 건오를 볼 때, 수오를 볼 때 눈과 행동이 다르다. 그 눈을 보고 있으면 건오, 수오가 된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들'로 활약한 권해효, 차순배, 조재윤 등의 선배 연기자들과의 합도 인상적이었던 바. 이가섭은 "몰입감이 대단했다. 선배님이 주는 힘, 다른 캐릭터에게 납득을 시키는 힘이 너무 대단한 선배님이라고 생각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되게 구탁 아빠한테 안타까워 해도 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인물로서는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잘못된 부성애이고. 그럼에도 공감해야 하는 힘을 주시는 선배님이었다. 촬영할 때 건오, 수오 할 때 편한 건 아니지만 자극을 받은 부분이 많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이가섭은 선배 연기자 권해효에 대해 "현구탁 서장 같으시다"라며 웃었다. 그는 "선배님 성격이나 그런 게 아니라 현장에 가면 '나의 아버지가 저기 계시네'라는 느낌을 주신다. 인물 동기화가 굉장히 잘됐다. 물론 다른 선배님들도 몰입감이 있으셨지만 그 상황에서 주는 힘들 덕분에 그 상황을 이끌어가는 힘이 자극점이 됐다. 나도 나중에 충분한 자극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들이 다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한 이가섭은 "저도 모르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걸 방송에서 볼 때마다 놀랐다. '저런 장면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텍스트로 본 장면에서 보영이를 삽으로 내리치는 장면 같은 데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의 중심에서 서사가 이어가는 몰입감을 선사해주시는 게 대단했다"라고 감탄했다.
이에 힘입어 '백설공주'는 '꿀고구마'라는 호평까지 들으며 사랑받았다. 이가섭은 "작품의 인기를 어느 정도 조금 체감을 했다. 외국 팬분들이 SNS에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해외에서도 방영이 되고 내 모습을 해외에서도 보고 계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굉장히 신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K드라마이지 않나. 정서나 그런 것들이 그런데 해외 분들이 보실 때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했다"라고 신기해 했다.
그런가 하면 10년 동안 시체를 갖고 있던 수오의 설정에 대해 이가섭은 "처음엔 교복 입고 꽃을 갈아주러 갔다. 처음엔 씬보다 '교복 입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라진 다은이를 마주하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이가섭의 상태로는 지켜주는 마음이 있었다.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다. 보영이 그렇게 되고 아버지들이 보영이를 데리고 가는 걸 봤기 때문에 더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제가 생각하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수오의 의미는 다은이에게서 죽음을 뺏고 지키는 느낌을 받았다. 연기하면서 더 편하지 않았나 싶다. 그 상황에서 책도 읽어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또한 "교복 입은 걸 보니까 제가 제 모습을 보는데 회사원 같더라"라고 웃었다. 그는 "사회에 나와서 교복이 애매하게 안 어울리는데 싶더라. 건오가 유난히 늙어보이더라. 수오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분명히 똑같은 저인데 왜 이렇게 늙어보이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교복을 안 입고 성인 연기만 했으면 감정이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교복을 입은 시절부터 10년이 지난 그 시기까지 웃기긴 할 수도 있지만 감정이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변요한은 교복 연기를 대국민 사과로 화답하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에 이가섭은 "저는 34세인데 입어도 되나 싶었는데 이 이전의 영화를 하나 찍었는데 거기서도 교복을 입긴 했다. 그때부터 느낀 건 이제 교복을 입을 수 없는 단계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교복은 기세다. 맞든 안 맞는 입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웃었다.
변영주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가섭은 "감독님이 굉장히 열려 있으시다. 배우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시면서도 그 안에서 장점들을 뽑아내려고 하신다. 그러면서도 디테일을 찾으려고 하신다. 고개를 어느 정도 돌릴지에 대한 디테일부터 미처 놓칠 수 있는 행동들까지. 그래서 저는 너무 감사했다. 어떻게 열어 두시지만 그 안에서 잔상들을 뽑아주시는 것들 때문에 제가 모르는 것들을"이라고 감탄했다.
또한 "감독님 미팅하고 현장에서 뵙고 '수오는 이런 방식으로 가보자'라고 얘기하면서 진행했다. 건오는 그냥 외적으로도 조금 달랐다. 건오가 가진 어떤 우울감과 죄책감, 외부 압력이 들어와도 아무 얘기도 안 하는 답답함, 감정선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손을 계속해서 떨고 있는다던지 그런 것들이 불안해 하는 면을 살리면서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부분도 있을까. 이가섭은 "마지막에 수오가 콩 먹는 거였다. 공이 있길래 넘겼는데 분위기가 좋아보이더라. 또 마침 엔딩이었다. 그게 마지막 촬영이었다. 아무것도 아닌데 친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거였다. 김미경 선생님이랑 요한이 형이 너무 잘 받아주시더라. 감독님도 괜찮은 것 같아서 오케이를 하신 것 같다. 조금 더 편해진 수오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건오가 무천가든 들어갈 때'를 가장 많이 연구했다는 이가섭은 "거기 연기 잘하는 선배님들 다 모여있으니까. 어떻게 해야 잡아먹을까 싶었다 .술 마시고 들어갈까에 대해 어떻게 할지. 시선을 마주치는데 되게 저를 떨떠름해 하시는 게 있었다. 캐릭터로서 있으니까. 그 장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건오가 이상하게 웃는 게 오글거릴 수도 있는데 내가 생각한 대로 잘했는지를 계속 고민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볼 때 조금 더 긴장하면서 봤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그래서인 것 같다. 잘 잡아먹지는 못했는데, 마을 분위기는 바뀌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재윤 선배 캐릭터인 보영이 아버지도 그 때 이후로 살짝 뭔가 달라진다. 마을 사람들에게 약간의 동요를 일으키는 변화를 선사한 것 같다. 제 2막으로 들어서는 느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촬영 2년 후에 방송된 '백설공주'. 이가섭은 "매번 다른 걸 촬영해도 부족한 걸 많이 본다. 그래서 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볼 수가 없다. '저 때 조금 더 잘했다면?'이라는 생각에. 그런데 끝난 거니까. 다음 작품을 했을 때 개선하면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웃었다. 단톡방에 다 본방사수 하고 있다고 사진 올라오고, 중간마다 올라오고, 누가 잘했다고 얘기하고. 그 게 이 작품의 원동력이었다. 2년에 얽매이지 않고 기다릴 수 있던 원동력"이라며 "단톡방에서는 김보라가 제일 먼저 얘기한다. 그러면 선배님들이 다라락 답장을 해주신다. 저도 이제 마지막 즘에 '좋습니다'라고 올리는 편이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보라 배우가 '모이실래요?' 라고 하면 거의 다 오신다. 그러기 쉽지 않다. 촬영 처음부터라 치면 3년 정도 됐는데 그게 쉬운 건 아니다. 아직 그게 유지가 된다는 게. 활성화가 잘 됐다. 저한테도 신기한 경험인 것 같다"라며 놀라워 했다.
이에 그는 "정말로 베스트 팀워크상 받았으면 좋겠다.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는 생각이다. 요한이 형이 대상도 받았으면 좋겠다. 변요한 고준 베스트 커플상 받았으면 좋겠고, 앙상블 상, 팀워크 상 이런 게 있으면 받았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캐릭터로도 외적으로도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라고 자신했다.
나아가 이가섭은 "제 생각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보신 분들로 하여금 '미화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오, 건오로서 내가 잘못 표현을 해서 미화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더불어 "'나쁘지 않은 배우가 있었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요한이 형이 제일 칭찬을 많히 해줬다. 같은 회사다 보니까 제일 챙겨주기도 하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 확실하게 좋았다고, 잘했다고, 끝나고 나서도 요한이 형 연락이 왔다. '와, 좋았다. 소름돋았다'고 해줬다. 그런 한 마디 한 마디가 저한테 힘이 많이 된다. 요한이 형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극을 받기도 하고. 몰입감을 주기 쉽지 않은데 배울 점도 있었고 많이 배웠던 작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차기작으로 새 드라마를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는 그는 "차기작은 아니지만 사극을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라며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이 많다. 불러주시면 뭐든 하고 싶다"라며 웃었다. 끝으로 이가섭은 "'백설공주'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조금이라도 비하인드 얘기할 수 있고. 나눌 시간이 있다는 게 좋은 관심을 받았다는 반증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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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팀호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