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가을야구의 열기가 뜨겁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1승1패를 주고받은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라이벌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양 팀 선수들 사이에 거친 말이 오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어쩌면 불똥이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에게 보복구로 튈지도 모른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NLDS 2차전. 샌디에이고가 홈런 6방을 폭발하며 다저스에 10-2로 승리,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가운데 선수들부터 관중들까지 좀처럼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며 과열 분위기를 보였다.
발단은 1회말이었다. 다저스 무키 베츠의 좌측 홈런성 타구를 샌디에이고 좌익수 주릭슨 프로파가 펜스 앞에서 점프 캐치했다. 여러 관중들이 공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프로파가 침착하게 홈런 타구를 걷어냈다. 이후 프로파는 관중들을 웃으며 바라본 채 뒤로 껑충껑충 뛰었다. 프로파가 공을 잡았다는 표시를 바로 하지 않아 베츠는 홈런이 된 줄 알고 손을 들기도 했다.
자칫 상대를 도발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외야 다저스 팬들을 향해 약 올리는 듯한 동작을 펼쳤다. 덕아웃에선 다저스 팬들을 보며 혀를 내밀기도 했다. 결국 7회말 다저스 공격을 앞두고 좌측 외야 관중들이 프로파에게 공과 물병 등 이물질을 그라운드에 투척해 경기가 10분가량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수들끼리도 감정 싸움도 격화됐다. 6회초 다저스 선발투수 잭 플래허티의 2구째 싱커가 샌디에이고 선두타자 타티스 주니어를 맞혔다. 다음 타자 프로파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와 심각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프로파의 번트 안타로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플래허티는 매니 마차도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욕설을 내뱉었고, 교체된 뒤 양쪽 덕아웃에서 두 선수의 고성이 오갔다.
‘디애슬레틱’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저스 선수들은 마차도의 어떤 행동 때문에 화가 났다. 마차도가 수비 이닝 중간에 흠이 있는 공을 걸러내며 다저스 덕아웃 쪽으로 공을 던진 것에 자극받은 것이다. 마차도는 “난 항상 덕아웃에 (흠집이 난) 공을 던진다. 양쪽 덕아웃에 다 던진다”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이었고, 다저스 선수들은 대단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플래허티는 “마차도 때문에 화가 났다. 그는 우리 덕아웃을 향해 공을 던졌고, 심판들이 즉시 달려갔다.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던질 이유가 없고, 우리 덕아웃은 흥분했다”며 “그는 정말 좋은 타자이지만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저스 유격수 미겔 로하스는 “그건 무례한 행동이다.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마차도를 대놓고 저격했다.
샌디에이고에선 플래허티가 타티스 주니어에게 맞힌 사구를 빈볼이라고 의심했다. 마차도는 “플래허티가 우리 팀 최고 타자를 맞혔다. 그를 아웃시킬 수 없다면 맞히지도 말라”며 “다저스에는 야구계 최고의 선수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오타니를 맞히려고 하지 않았다. 아웃을 잡아내려 했을 뿐이다. 우리 선수들을 맞히려고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차하면 오타니에게 보복구를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하지만 플래허티는 “첫 타석에서 타티스 주니어에게 가운데로 던져 홈런을 맞았다. 실투 던지지 않으려고 던지다 맞힌 것이다”며 “6회 선두타자를 일부러 맞힐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