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결정전부터 폭풍 4연승을 질주 중인 KT 위즈는 준플레이오프 또한 단 1경기도 내줄 생각이 없다. 잠실 2승 목표가 현실이 될 경우 홈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LG 킬러를 하루 일찍 내보내 3연승으로 대구행을 확정 짓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3-2로 승리하며 시리즈 기선을 제압했다.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KT는 정규시즌 3위이자 디펜딩챔피언 LG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87.9%(33번 중 29번)를 따냈다.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로 범위를 좁혀도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73.3%(15번 중 11번)에 달한다. 아울러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2024 포스트시즌 3연승을 달렸다.
1차전의 히어로는 단연 하루 휴식 후 4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 56구 투혼을 펼친 고영표였다. 이강철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마친 뒤 1차전 선발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는데 3일을 쉰 엄상백 대신 9월 들어 에이스 위용을 되찾은 고영표의 하루 휴식을 택했다. 이 감독은 “엄상백을 1차전에 내면 로테이션이 다 꼬인다. 1차전은 그냥 고영표가 경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러면 2차전부터 정상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령탑의 말대로 KT는 1차전 고영표 카드를 택한 덕에 2차전부터 선발진이 최소 4일을 쉬고 등판할 수 있다. 1일 5위 결정전에 나섰던 엄상백이 4일 휴식 후 6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등판이 확정됐고,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5일 휴식 후 8일 3차전, 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선발 웨스 벤자민이 5일 휴식 후 9일 4차전, 전날 선발 고영표가 역시 5일 휴식 후 11일 5차전에 나서는 질서정연한 로테이션이 완성됐다.
그러나 KT 구단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잠실 2승을 목표로 잡은 이강철 감독이 3차전 선발로 쿠에바스가 아닌 벤자민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럴 경우 벤자민은 4일 휴식, 쿠에바스는 6일 휴식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이유는 두 외국인투수의 LG전 기록 때문이다. 벤자민의 경우 2022년 KT 입단 후 이듬해부터 2년 연속 트윈스 킬러로 군림했다. 벤자민의 3시즌 통산 LG전 성적은 10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1.66(59⅔이닝 11자책)으로, 2023시즌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 올해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93의 강세를 보였다.
반대로 쿠에바스는 LG만 만나면 줄곧 작아졌다. 2019년부터 통산 9경기에 등판했는데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9.00(43이닝 43자책)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도 LG 상대 6월 8일 수원에서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기억이 있다.
벤자민 3차전 선발은 대구행을 최대한 빠르게 확정짓고 싶은 KT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잠실에서 2승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경우 3연승으로 대구로 향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꿈꿀 수 있고, 잠실 1승 1패를 거두더라도 벤자민을 앞세워 2승 고지 점령에 나설 수 있다. LG에 약한 쿠에바스보다는 LG 상대 극강인 벤자민의 조기 출격이 여러 모로 KT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일단 그 전에 2차전 또한 총력전을 통해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다. 5위 결정전부터 강행군을 치르고 있는 터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선 장기전이 아닌 단기전으로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작년에는 LG 상대로 눈에 보이게끔 당했는데 올해는 좋은 경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도 LG 투수들 공을 많이 쳤다. 투수력으로 잘 버티면서 뺄 점수만 빼고 막겠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