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우완 에이스 스가노 토모유키(35)가 내년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다.
미국 ‘ESPN’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성공한 투수 중 한 명인 스가노가 올 겨울 국제 FA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4년 전인 2020년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지만 고심 끝에 일본에 남은 바 있다.
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오퍼를 했지만 스가노는 코로나19 문제 등을 이유로 일본 잔류를 택했다.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 8억엔에 계약하며 요미우리에서 4년을 더 뛴 스가노는 35세의 늦은 나이지만 포스팅 대신 FA 자격으로 재도전에 나선다.
2021~2023년 3년간 성적이 아쉬웠던 스가노는 올해 다시 좋을 때 폼을 찾았다. 24경기에서 156⅔이닝을 던지며 15승3패 평균자책점 1.67 탈삼진 111개 승률 8할3푼3리로 활약했다. 센트럴리그 다승·승률 1위, 평균자책점 2위, 이닝 5위, 탈삼진 10위로 부활하며 요미우리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ESPN 보도로 스가노의 메이저리그 도전 소식이 먼저 알려졌다. ‘스포츠호치’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노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요미우리 팀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에서 뛰고 싶다는 내 생각을 구단에 전달했다”며 “요미우리에서 뛰는 것도 물론 좋지만 2020년 시즌 후 메이저리그 가지 못한 것이 마음속에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35세 늦은 나이가 됐지만 4년 전 이루지 못한 메이저리그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다.
다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거취가 갑자기 주목받는 것에 스가노는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이런 중요한 시기에 보도가 나와 죄송하다. 오늘 이후 이 건에 대해선 묻지 말아 달라. 시즌이 끝나면 다시 내 입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은 팀이 최고가 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클라이막스 시리즈에서 꼭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요시무라 사다아키 요미우리 편성본부장은 “올해 스가노는 팀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시즌이 끝난 뒤 논의할 부분이지만 스가노 의사를 존중해주고 싶다”고 힘을 실어줬다.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감독도 “끝까지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감독이 아니라면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 응원하고 싶다.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고 멋지게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다.
2012년 드래프트 1순위로 요미우리에 입단한 스가노는 2013년 데뷔 후 올해까지 한 팀에서만 뛰고 있다. 12시즌 통산 성적은 276경기(1857이닝) 136승74패 평균자책점 2.43 탈삼진 1585개. 9번의 두 자릿수 승수 시즌을 보내며 꾸준함을 보였고, 2017~2018년 2년 연속 사와무라상으로 강렬한 임팩트도 남겼다. 전성기 시절 최고 시속 155km 강속구를 뿌린 스가노는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다. 통산 22번의 완봉승, 42번의 완투로 스태미너도 좋다.
ESPN은 ‘스가노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하며 부활의 시즌을 보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마일(148.1km)로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터, 스플리터, 커브를 던질 수 있다. 6개 구종 모두 플러스 구종이다’며 ‘구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커맨드와 투구 능력으로 보완했다. 올 시즌 156⅔이닝 동안 리그 절반 수준인 16개의 볼넷, 6개의 피홈런만 내주며 삼진 111개를 잡았다’고 소개했다.
올 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나올 선발투수로는 사이영상 출신 코빈 번스(볼티모어 오리올스), 블레이크 스넬(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을 비롯해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잭 플래허티(LA 다저스), 기쿠치 유세이(휴스턴 애스트로스),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메츠), 닉 피베타(보스턴 레드삭스), 네이선 이볼디(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있다. 최고 시속 165km를 뿌린 일본의 ‘23세 괴물’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도 올 겨울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35세의 베테랑 스가노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