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사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장정석(51) 전 단장과 김종국(51) 전 감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이들에게 뒷돈을 줘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커피 업체 대표 김모씨 등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상황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형사적 문제가 됐을 때 죄가 성립되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 도덕적 지탄과 무관하게 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을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김 전 감독은 2022년 7월에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 관련 편의 대가로 6000만원을, 장 전 단장은 같은 10월에 야구장 펜스 홈런존 신설과 관련한 청탁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는 두 사람이 금품을 받고 후원사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영창을 청구했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장 전 단장은 2022년 5~8월 FA를 앞두고 있던 포수 박동원(LG)과 협상 과정에서 최소 12억원의 FA 계약금을 제안하며 2억원의 뒷돈을 3차례 요구했지만 박동원이 이를 거절하면서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었다. 사건이 드러난 지난해 3월 장 전 단장은 해임됐다. 김 전 감독도 올해 1월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직무 정지 조치를 받았고, 이튿날 바로 계약 해지로 팀을 떠났다.
지난 5월3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돈을 받긴 했으나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부정 청탁이 아닌 선수 격려비로 사용된, 대가성이 없는 돈이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가 오랜 KIA 팬으로 선수단 사기 진작과 격려 차원에서 준 돈이었고,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KIA 타이거즈 팬으로 선수단과 관중들에게 수억원 상당의 커피세트 등 선물을 여러 차례 나눴다. 평소 KIA가 가을야구에 진출하면 1억원을 격려금으로 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 실제 1억원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날 원정팀 감독실에서 교부됐다. 부정한 청탁의 대가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가능성이 이있는 곳에서 수표로 돈을 주고받지 않았을 점을 감안하면 부정 청탁 대가로 돈이 수수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FA가 되기 전 사전 접촉은 KBO 규약 위반이지만 KBO 내에서 징계 여부를 따지면 된다”며 “선수가 얼마를 받고 싶다는 희망 연봉을 말한 것이지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박동원이 먼저 계약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임수재 미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나면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혐의에서 벗어났다. 법적 처벌을 피했지만 두 사람 모두 당분간 야구계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 전 단장은 미수로 그치긴 했지만 뒷돈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고, 김 전 감독은 격려금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도덕적 지탄을 피할 수 없다.
한편 단장과 감독이 2년 연속 시즌 전 갑자기 이탈한 KIA는 올해 심재학 단장, 이범호 감독 체제에서 87승55패2무(승률 .613)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7전4선승제 한국시리즈를 통해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