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야되는 실력이었는데...".
KIA 타이거즈 천재 타자 김도영(20)은 2024 정규시즌 MVP를 사실상 예약했다. 만장일치 MVP 가능성도 엿보인다. 타율 3할4푼7리(3위), 38홈런(2위), 109타점(공동 7위), 143득점(1위), 40도루(6위), 출루율 4할2푼(3위), 장타율 6할4푼7리(1위) 등 공격 전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 최연소 30홈런-30도루, 내추럴사이클링히트,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38홈런-40도루에 그쳤지만 국내선수 최초로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기도 했다. KIA 7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의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종범 이후 천재타자의 등장은 흥행의 기폭제 였다. KBO리그는 출범 43년만에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불과 고졸 3년차에 KBO리그 최고타자로 발돋음했다. 2022년 첫 해는 시범경기 타격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프로의 벽에 부딪쳐 주저앉았다. 작년에는 부상으로 뒤늦게 시즌을 출발했고 3할 타율로 존재감을 보였다. 그래도 올해 이렇게 대폭발할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딱 한 명을 알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이었다.
김도영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11월 아시아프로챔피언십시리즈에 출전해 큰 부상을 입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병살타를 막기 위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실전소화량이 늦었다. 시범경기부터 본격가동했지만 슬로스타터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개막이 되자 김도영의 부진에 빠졌다. 3월 6경기에서 24타수 4안타 1할5푼4리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범호 감독은 계속 3루수로 선발출전시켰다. "시즌 준비가 늦었다. 좀 지나면 김도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지금은 부진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김도영은 곧바로 응답했다. 실제로 4월부터 대폭발을 일으키며 우승까지 이끌었다. 이범호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을 했다.
김도영은 "초반 안될 때 마냥 믿어주셔서 좋은 기록을 낸 것 같다. 처음부터 계속 믿음을 심어주셨다. 캠프때부터 주전이라고 강조하셔서 자신감이 생겼다. 3월에 너무 안좋았다. 주전에서 빼야되는 실력이었다. 다른 감독님이었다면 뺐을 것이다. 선수의 마음을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한다. 선수들이 모두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항상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