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훌륭’ 부담 有”..강형욱 없는 ‘동훌륭’, 선정성 빼고 이해·공존 담았다(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4.10.03 05: 34

 ‘동물은 훌륭하다’ 손수희 PD가 ‘개는 훌륭하다’의 후속으로 보다 확장된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달 28일 KBS2 새 예능프로그램 ‘동물은 훌륭하다’가 첫 방송됐다. ‘동물은 훌륭하다’는 인간의 친구로, 가족으로 함께하는 동물들과의 웃고 우는 일상을 애니캠(animal+cam)을 통해 들여다보며 반려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개는 훌륭하다’는 강형욱 훈련사를 둘러싼 논란 끝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던 바. 이후 약 3개월 만에 후속프로그램인 ‘동물은 훌륭하다’가 새롭게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 과정에 ‘동물은 훌륭하다’의 새 연출을 맡게 된 손수희 PD는 OSE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작의 그림자가 워낙 크고 또 잘됐던 프로그램이어서 부담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조금 더 다양한 종을 포괄할 수 있다는 점, 개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동물 자체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은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비반려인인 탓에 공부를 하고 기획을 해나가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배워가고 있다는 그는 “제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라며 “이런 개인적인 알아가는 기쁨을 프로그램으로 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얼마나 잘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작에 대한 그림자는 그런 방식으로 다르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 했다”고 말했다.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이 주축이 돼 다양한 반려견들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내용을 다뤘다. 그 반면 ‘동물은 훌륭하다’는 “가장 동물이 주인공일 수 있는 포맷”을 찾으려 했다고. 손수희 PD는 “한 종만 다루지 않고 모든 동물을 다 다루는 포괄적인 포맷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했다”며 “SBS ‘동물농장’이 장수 프로그램이지 않나. 그렇게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려인구가 엄청 많이 늘어났다. 동물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있는데 이걸 충족시켜주는 그 프로그램이 사실은 ‘동물농장’ 외에 크게 없더라. ‘개훌륭’도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고 즉각적인 교정과 변화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반응이 컸지만, 개에게만 한정이 돼 있다 보니 동물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까지는 포괄하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약점을 우리의 강점으로 가져가보자고 생각을 바꿔봤다. 동물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일단 귀여운 건 보게 되지 않나. 귀엽고 무해 한 것에는 허들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가능한 다양한 동물들의 면을 보여주는, 동물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오래 갈 수 있는 비결이지 않나 생각했다”고 짚었다.
그 말처럼 동물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으로는 ‘동물농장’이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 그와는 또 다른 ‘동물은 훌륭하다’만의 차이점을 묻자 손수희 PD는 “동물농장은 교양이다 보니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길게 따라가고 팔로우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라 호흡이 조금 더 길다고 생각했다. 저희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주제 중심이나 소재 중심으로 그 안에서 스토리를 응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포괄성이었다. ‘동물은 훌륭하다’에는 반려견 행동학 전문가 고지안, 고양이 전문 수의사 김명철과 함께 동물 사건 전문 변호사 조찬형이 ‘애니벤져스’를 꾸려 동물들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손수희 PD는 “수의사나 반려견 행동 교정사 같은 경우에는 이미 여러 번 노출이 돼서 전문가로서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까지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반려문화 전반을 조금 더 아우르는 게 정보 면에서 차별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동물보호법까지 아우른 ‘생활 밀착형 정보’ 제공을 예고했다.
‘동물은 훌륭하다’는 우선 3부작 파일럿으로 먼저 선보인 뒤 차후 정규 편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1회에서 동물 유기 및 학대, 동물 구조를 다룬 데 이어 남은 회차에서는 ‘위험한 동물’, ‘공존의 조건’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한다. 손수희 PD는 “저희가 반려문화 전반을 다루다 보니까 인간과 동물이 잘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이 뭘지 세분화 적으로 생각을 해봤다”고 주제의식을 강조했다.
다만 정규 편성이 될 경우 매 회차마다 새로운 주제를 나누기는 힘들 터. 이에 손수희 PD는 “시청자들의 제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1회에서는 시청자들이 직접 궁금증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는 ‘멍냥Q’ 코너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제보를 받아 추가 촬영을 거치는 방식으로 보다 폭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며 장기화를 위해 발돋움할 예정이라고. 이를테면 ‘한블리’와 ‘동물농장’의 융합체인 셈이다.
비슷하게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도 제보 영상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손수희 PD는 “‘한블리’는 아이템이 정말 무궁무진하더라. 또 제보자들이 스스로 영상 제보를 많이 하지 않나. 그래서 오래 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했다”며 “저는 영상 수급이 무궁무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에 있는 모든 동물들이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서 많이 열어둔 채 여러분들의 제보가 필수적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자기 자식들, 자기 동물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많이 참여해 오래 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개는 훌륭하다’에 강형욱 훈련사가 있다면 ‘동물은 훌륭하다’에는 김명철 수의사가 있다. 김명철 수의사는 고양이 언어 능력자로 다양한 방송에서 ‘미야옹철’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했던 바. 손수희 PD는 “김명철 수의사님이 젠틀하시지 않나. 방식이나 말투도 그렇고 진짜 고양이처럼 고양이 언어도 구사하면서 교감 하는 게 저희 프로그램의 톤이랑 맞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지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 프로그램은 태도도 중요한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잘 공존 하려면 비반려인도 반려인들을 이해하고 반려인도 비반려인들을 이해하는 태도도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 전문가들의 부드러운 태도가 강요하거나 강압적이지 않은 면이 있어서 스며들기 좋은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이전 프로그램을 너무 잘 보신 분들은 카리스마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동물을 다 포괄하고 반려인과 비반려인까지 포괄하려면 이런 방식이 좀 더 톤이 맞지 않나 생각했다. 실제로 방송을 보신 분들도 ‘전문가들이 호감이다’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그런 부분은 그래도 좀 닿는 게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저희가 좀 더 잘해 나가면 기획한 의도가 전달되지 않을까 기대 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형욱 훈련사가 이끈 ‘개는 훌륭하다’는 2019년 11월부터 약 4년 반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방송을 이어오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동물은 훌륭하다’ 첫 방송 전부터 강형욱 훈련사의 빈자리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도 따랐다. 하지만 손수희 PD는 “저는 후속작이긴 한데 사실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비교가 되거나 돌아갈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옭아매게 되지 않나. 그래서 필요했던 게 동물로의 확장과 포맷의 변화였다. 이게 자리 잡으면 그래도 ‘전혀 다른 톤인데 동물을 잘 다뤘구나’ 이런 평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전에 훈련사님이 너무 잘 해주셔서 5년이나 했으면 금방 잊히기는 힘들다. 근데 첫 방송 나가고 나니 시즌2라는 느낌은 안 드는 것 같더라. 후속작이긴 한데 아예 다르다는 느낌이 드실 것 같다. 그리고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나오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층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저희의 야심”이라고 말했다.
‘개는 훌륭하다’는 월요일 오후 8시 55분 방송됐지만, 폐지 후 유재석이 이끄는 ‘싱크로유’가 편성되면서 ‘동물은 훌륭하다’는 부득이하게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선보이게 됐다. 그간 재방송 시간대로 활용됐던 만큼 ‘동물은 훌륭하다’의 첫 회는 1.6%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손수희 PD는 “몰라서 못 본 사람은 어쩔 수가 없고 시간이 없어서 못 본 사람도 어쩔 수가 없지만 본 사람들은 진짜 좋은 얘기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의도가 틀리지 않았구나 싶다. 저희가 그 주제를 담는 방식이 엄청 상업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고 결국은 동물과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계속 가고 있다는 게 사람들에게 많이 느껴지나 보더라”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와닿았으면 좋겠지만, 이제 첫 회니까 두고 봐야죠”라고 희망을 표했다.
‘애니벤져스’ 외에도 ‘동물은 훌륭하다’에는 장도연, 은지원, 서장훈으로 구성된 MC 군단이 함께 진행을 이끌어 나간다. 장도연은 약 2년 반 동안 ‘개는 훌륭하다’ MC를 맡기도 했던 바. 손수희 PD는 “장도연 님의 이미지나 진행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느낌이 있고, 사람들이 호감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나. 1회의 구조 관련된 애니캠에서 (장도연을) 길게 원샷을 잡았는데 그걸 일부러 편집하지 않고 내보낸 이유가 표정이 너무 좋았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공감하는 그런 태도가 역시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라며 “은지원 씨는 원래 강아지를 되게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본인 캐릭터가 엉뚱하지만 허를 찌르는 질문을 잘하는 편이지 않나. 그래서 이런 캐릭터가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런 분이셨다. 또 그게 올바른 말을 잘하는 서장훈과의 티격태격 케미가 살아서 조합이 괜찮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동물은 훌륭하다’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것은 반려문화를 선도하고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손수희 PD는 “반려문화를 개선한다는 게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자기가 키우는 동물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겠지만, 그 동물을 사이에 둔 여러 조건들이 있지 않나. 키우는 반려인의 의식일 수도 있고 그들을 바라보는 비반려인의 정서나 의식일 수도 있고 혹은 법과 제도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다 같이 다뤄서 전반적으로 좋은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상향을 전했다.
그는 “1회에서 유기나 학대에 대한 내용이 나오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분노하기도 하더라. 근데 저는 그렇게 보면서 분노할 수 있다는 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서처럼 느껴지더라. 남을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단서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뭔가를 느꼈다는 뭔가 와닿았다는 것이지 않나. 그건 좋은 반려문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해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 프로그램이 비반려인이 보기에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살아있는 모든 걸 보면 느껴지는 감정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동물은 훌륭하다’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그 스토리로 감동받을 수도 있고 분노할 수도 있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사실은 보면서 동물보호법이 아직 미비한 부분이 많더라. 이런 부분을 처음부터 어떻게 해나갈 수는 없겠지만 저희가 여러 가지를 다루다 보면 법과 제도가 얼마나 미비한지를 조금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정규편성이 잘 돼서 큰 반향을 일으켜야 되지 않나. 많은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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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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