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기적적으로 5위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SSG는 지난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5위 결정전에서 3-4 역전패를 당했다.
올 시즌 마지막까지 KT와 순위 경쟁을 하던 SSG는 시즌 막판 4연승을 달리며 72승 2무 70패 승률 .507을 기록했다. KT와 정확히 동률을 이루며 공동 5위가 되는데 성공했고 5위 결정전을 통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팀을 가리게 됐다.
벼랑 끝 단판승부에 나선 SSG는 경기 중반 승기를 잡았다. 선발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고 뒤이어 등판한 노경은도 7회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타선에서는 SSG가 1-0로 지고 있는 3회초 정준재의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5회에는 최정이 1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8회에는 최정이 솔로홈런을 날리며 3-1로 달아났다.
승리를 앞둔 SSG는 8회말 수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7회를 완벽하게 막아낸 노경은이 8회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자 선발투수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김광현은 지난달 28일 한화전에서 5⅓이닝 투구수 97구를 기록한 뒤 이틀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김광현은 이날 반드시 막아야 했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상대로 올 시즌 10타수 무안타 2볼넷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위기를 막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하지만 이 승부수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김광현은 대타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로하스에게 역전 스리런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김광현은 이후 장성우, 강백호, 문상철을 잡아내며 추가실점 없이 8회를 마무리했지만 이미 KT에 리드가 넘어간 뒤였다.
SSG는 마지막 공격 기회가 찾아온 9회초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오태곤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루 찬스에서 신인 정현승을 대신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추신수를 대타로 기용한 것이다. 정현승은 올 시즌 7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친 신인선수로 대타가 투입될 타이밍은 맞았다. 하지만 신범수, 고명준, 하재훈, 박지환 등 다른 대타 자원 대신 어깨 부상으로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추신수가 대타로 나선 것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추신수는 지난달 30일 키움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대타로 나서며 정규시즌 마지막 타석에서 2루수 땅볼을 쳤다. 당시 경기는 SSG가 7-1로 크게 앞서고 있어 추신수가 프로 커리어 마지막 타석에 나설 기회가 생겼다. 추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실 나는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되면 스스로 경기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최)정이가 고맙게 홈런을 2개 쳐줘서 나갈 수 있었다. 정이도 내가 경기에 나가기를 바랐다. 경기 전에 점수차가 많이 나는 상황이 아니면 나가기 힘들지 않겠나 했는데 정이가 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자신이 경기를 나갈 기회를 만들어준 최정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경기 출전 가능성에 대해 추신수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아직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있고 우리가 가을야구를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선수로서 가을야구를 하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다. 가을야구는 우리가 가을야구를 갈 수 있도록 해준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 나는 기회가 되면 뒤에서 응원을 할 생각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경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자신의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 달 정도 경기도 못뛰고 선수들과 동행만 했는데 좋은 결과를 바라는게 욕심 아닐까. 노력없이 좋은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SSG 이숭용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숭용 감독은 포스트시즌이나 다름없는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열흘 전부터 포스트시즌을 했다. 익숙해진 느낌이다. 선수들이 의외로 덤덤하게 즐긴다. 그래서 선수들을 더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훈련 때 보니 추신수의 스윙이 어제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대타 출전 여부를 혼자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추신수의 대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말대로 추신수를 대타로 투입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추신수는 KT 마무리투수 박영현과 5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도루와 폭투로 오태곤은 3루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했지만 2사 3루에서 최지훈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SSG의 2024시즌도 그대로 끝났다.
물론 김광현이 아닌 다른 어떤 투수가 나와도 로하스를 막기는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추신수가 아닌 다른 어떤 타자가 나와도 박영현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확률은 희박했다. 하지만 SSG가 믿었던, 그리고 정석적이지 않았던 두 베테랑 기용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이숭용 감독의 승부수는 큰 아쉬움을 남긴채 실패로 돌아갔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