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외국인 타자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잔류 의지를 밝혔고 애정을 드러냈다.
레이예스는 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KBO 43년 역사를 새롭게 썼다. 레이예스는 5회 중전 적시타, 9회 좌전 적시타로 멀티히트를 완성, 202안타로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2014년 넥센 소속이었던 서건창의 201안타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레이예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정확히 200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레이예스가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서고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1번 지명타자로 배치했다. 하지만 1회 우익수 뜬공, 3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5회 2사 2루의 득점권 기회에서 이재학의 초구 142km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201안타. 서건창과 타이 기록을 완성했다.
7회 4번째 타석에서는 1사 1루에서 임정호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고승민의 2루 도루까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닝이 끝났다. 레이예스에게 더 이상 타석 기회가 안 돌아올 것 같았다. 신기록은 힘들어지는 듯 했다.
극적으로,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레이예스의 타석이 돌아왔다. 레이예스는 동료들이 만들어 준 기회에 보답했다. 김재열을 상대로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128km 포크볼을 걷어 올려 좌측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202번째 안타의 완성. 그리고 레이예스는 이때 1루와 2루에서 협살에 걸리면서 아웃이 됐다. 이후 자신을 태그아웃시킨 박민우에게 202안타 기념구를 건네 받았다.
대기록의 순간이 아웃이었지만 레이예스 다웠던 플레이이기도 했다. 레이예스의 팀을 위한 모습이 대기록 순간에도 엿보였다. 레이예스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렸다. 스스로는 “홈런인줄 알고 열심히 뛰지 않았다”라고 실토했다. 그러나 2루 대주자 장두성이 타구를 바라보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레이예스도 장두성의 모습을 보고 멈칫했고 달리지 않았다. 타구가 담장을 맞고 나오자 그때부터 움직였다.
그는 “2루 주자가 안 뛰길래 의아했다. 그래서 2루에서는 제가 무조건 아웃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2루 주자가 홈을 밟을 때까지 런다운에 걸리려고 했다”라고 스스로 밝혔다.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 12억 5000만원을 투자한 게 아깝지 않을 활약을 펼쳤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유리몸, 삼진머신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시즌을 소화하면서 레이예스는 우려의 시선을 180도로 바꿔놓았다. 2022년 양쪽 햄스트링 부상을 번갈아 당하며 뛰는 폼이 다소 부자연스러웠지만 아무런 탈이 나지 않고 144경기를 완주했다. 그리고 삼진에 대한 우려는 컨택 능력으로 확실하게 뒤집었다.
144경기 타율 3할5푼2리(574타수 202안타) 15홈런 111타점 OPS .904의 성적으로 한국 데뷔 첫 해를 대성공으로 마무리 했다. 202안타 신기록으로 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냈고 공식시상 부문은 아니지만 40개의 2루타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 팬들을 1년 내내 행복하게 했던 레이예스는 올해가 뜻깊다. 스스로도 유리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일단 건강하게 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 기쁘다”라며 풀타임 완주에 큰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나의 커리어에서 이렇게 열광적이고 열정적인 응원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뜻깊고 정말 잊기 힘들 것 같다. 너무너무 감사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롯데는 레이예스와 재계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레이예스도 롯데 유니폼을 오랫동안 입고 싶다. 그는 “계약에 대해 지금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일단 푹 쉬고 몸을 다시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라면서도 “정말 롯데에서 야구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롯데맨으로 남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