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그때 김광현과 추신수였을까. 사령탑의 총력전 전략에 부합하는 용병술이었지만, 김광현과 추신수는 우리가 알던 김광현과 추신수가 아니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5위 결정전에서 뼈아픈 3-4 역전패를 당하며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막바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KBO리그 최초 5위 결정전을 성사시킨 SSG.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패기 넘쳤다. SSG 이숭용 감독은 경기 전 “우리는 열흘 전부터 포스트시즌을 했다. 익숙해진 느낌이다. 선수들이 의외로 덤덤하게 즐긴다. 그래서 선수들을 더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라고 여유를 보였다.
실제로 SSG 선수들은 7회까지 단판승부인 5위 결정전을 즐기면서 압도했다.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빅게임피처답게 6이닝 2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1실점 92구 역투를 선보였고, 타선에서는 루키 정준재와 해결사 최정이 환상 콜라보를 선보이며 7회까지 3-1 리드를 이끌었다. 정준재가 3회초 동점 적시타를 때려낸 데 이어 최정이 5회초 역전 적시타, 8회초 달아나는 홈런을 쳤다.
SSG는 엘리아스를 내리고 7회말 필승조 노경은을 투입했다. 그리고 노경은은 불펜 최고의 믿을맨답게 7회말을 가볍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문제의 상황은 8회말에 발생했다. 노경은이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는데 이숭용 감독이 갑자기 투수교체를 지시했고, 불펜에서 몸을 풀던 선발 요원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그가 이틀 휴식 후 등판한 것이다.
SSG는 과거 에이스 김광현의 불펜 등판 승부수로 영광의 순간을 맞이한 기억이 제법 있다. 하지만 36살 김광현은 더 이상 그때의 김광현이 아니었다. 등판과 함께 대타 오재일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에 처했고, 로하스 상대 뼈아픈 좌월 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맞았다. 김광현은 마운드에 남아 장성우, 강백호, 문상철을 아웃 처리했으나 이미 상대에 승기를 내준 뒤였다.
어떻게 보면 맹목적인 믿음의 야구를 펼치다가 불펜에서 공이 가장 좋은 조병현을 써보지도 못하고 5위 결정전을 내준 SSG였다.
SSG는 3-4로 뒤진 9회초 1사 후 오태곤의 좌전안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리고 이숭용 감독은 루키 정현승 타석에 대타 추신수를 내보내는 또 다른 믿음의 야구를 시전했다.
그러나 추신수 역시 우리가 알던 추신수가 아니었다. 전날 키움 히어로즈와의 최종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추신수였다. 몸 상태 또한 온전치 않았던 터. 이숭용 감독은 경기 전 “훈련 때 보니 추신수의 스윙이 어제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대타 출전 여부를 혼자 고민하고 있다”라고 기대를 드러냈지만, 결과는 삼진이었다. 2B-2S에서 박영현의 슬라이더에 맥없이 헛스윙했다.
SSG는 결국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SSG의 자존심인 김광현이 무너지고, 추신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는 결말로 시즌을 마쳐 씁쓸함이 평소보다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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