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강민호는 올 시즌 13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리(403타수 122안타) 19홈런 77타점 48득점 3도루 OPS .861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삼성 팬들은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는 강민호를 두고 ‘2005년생 강민호’라고 표현하기도.
박진만 감독은 강민호에 대해 “진짜 대단하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더 노련해졌고 기술과 체력 모두 더 좋아졌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또 “자신만의 노하우가 분명히 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 저렇게 할 수 없다. 스피드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강민호는 내년으로 개인 세 번째 FA 계약이 끝난다. 박진만 감독은 강민호의 네 번째 FA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FA 권리 행사 여부는 스스로 만드는 거다. 강민호는 언제까지 야구할지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달 28일 LG 트윈스와의 정규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강민호는 “길게 느껴지는 시즌이었다. 초반에 부침도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 프로 생활을 오래 했지만 올 시즌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시즌 초반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 벤치를 지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예년과는 달라진 상황에 의기소침해질 법도 했지만 덕아웃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 승리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이른바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의지)’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 시즌 15승을 거두며 곽빈(두산 베어스)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한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은 “(강)민호 형한테 가장 감사드린다. 올 시즌 제가 선발 등판할 때마다 거의 민호 형과 호흡을 맞췄다. 민호 형이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진통제를 먹고 참아가며 경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또 “민호 형이 (2021년 12월) FA 계약 후 ‘너를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만들어주고 은퇴하겠다’고 하셨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이에 강민호는 “태인이가 등판할 때마다 제가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소중한데 제겐 좀 더 특별한 존재인 태인이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어 그는 “태인이가 시즌 초반에 잘하다가 부침을 겪을 때 ‘야구가 너무 힘들다’고 하길래 ‘성장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다독였다. 태인이가 (8월 25일 롯데를 상대로) 5점을 내주고도 승리 투수가 됐다. 당시 ‘오늘 경기를 계기로 잘 풀릴 것 같다’고 했는데 결국 다승왕에 오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강민호는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고 말할 만큼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강민호에게 플레이오프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그는 “플레이오프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일단 플레이오프를 이기는 게 우선이다. 다른 생각 없다. 무조건 이겨서 올라간다는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으나 보란 듯이 정규 시즌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강민호는 “야구는 흐름 싸움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분위기를 타면 정말 무섭다는 걸 절실히 느낀 시즌이었다. 저희 팀이 타 구단보다 전력이 약하더라도 분위기를 타니까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역시 야구는 흐름 싸움이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이 하위권 예상을 깨고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하는데 ‘캡틴’ 구자욱의 공도 크다. 강민호는 “너무 잘했다. 예전에는 야구장에서 감정 표출이 잦았는데 이제는 항상 웃으며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이 참 좋다”고 흐뭇한 반응을 보였다.
불혹의 나이에 타 포지션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이 높은 포수로 뛰면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강민호 덕분에 베테랑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한국 야구에서는 마흔이 넘으면 은퇴하거나 강제 리빌딩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최)형우 형이나 제가 경쟁력 있게 뛰면서 고정 관념을 바꿀 수 있어 기분 좋게 생각한다. 나이가 많아도 경쟁력을 갖추면 얼마든지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와 형우 형이 잘해야 하는 이유다”.
강민호는 신인 선수들을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덧 20살 넘게 차이 나는 삼촌뻘이 됐다”는 강민호는 “프로 입단 후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프로 유니폼을 입었으니 이제 됐구나’ 생각하면 2~3년 만에 무조건 (유니폼을) 벗게 된다”고 묵직한 메시지를 날렸다. 이어 “등번호와 이름을 팬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면 오랫동안 선수로 뛸 수 있다. 저도 그렇게 야구를 해왔다. 프로 무대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가을 무대가 처음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시즌에 해왔던 대로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김영웅은 평소처럼 ‘영웅 스윙’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즐겁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삼성은 2021년 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강민호는 3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확실히 탄탄해진 느낌이다. 야수 라인업은 물론 선발, 중간, 마무리로 이어지는 마운드도 좋다. 무엇보다 수비가 탄탄하니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