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여주인공 문동은의 어머니 역할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배우 박지아가 별세했다. 향년 52세.
고인의 소속사 빌리언스는 30일 "박지아 님이 오늘 오전 2시 50분 뇌경색으로 투병 중 향년 52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라고 비보를 전하며 "마지막까지 연기를 사랑했던 고인의 열정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라고 밝혔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박지아는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고, 2007년 영화 '기담' 속 엄마 귀신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 외에도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 '석조저택 살인사건', '창궐', '클로젯', 드라마는 OCN '신의퀴즈4',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tvN '굿와이프', OCN '손 the guest', KBS2 '붉은단심', JTBC '클리닝업', '더 글로리'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박지아는 '더 글로리'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문동은의 엄마 정미희로 분해 열연했다. 하나뿐인 딸의 인생을 망친 첫 가해자이자 동은의 학폭 피해를 알고도 박연진 엄마가 내민 합의금 2,000만 원에 기뻐하는 매정한 여자로 분량에 상관없이 나올 때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했고, 파트2에서는 박연진의 새 고데기로 등장해 소름돋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박지아는 알코올 중독자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는데, OSEN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술을 먹지만 잘 마시진 못한다. 평상시 봐왔던 것과 자료를 찾다 보니까 소리 지르는 사람, 우는 사람 등 여러 버전이 있더라"며 "거기에서 참고하는 수준이었고, 결국은 내 사연을 찾는 게 중요했다. 동은 엄마 정미희의 인생을 찾아가는 게 숙제였다"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의 추천으로 '더 글로리'에 합류한 박지아는 칭찬을 듣고 눈물도 흘렸다고 전했다. 그는 "촬영을 다 끝내고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작가님이 살금살금 내 옆으로 오셨다. 난 슬금슬금 피했는데 갈 데가 없었다.(웃음) 작가님이 나한테 다가오는 건 '뭔가 할 얘기가 있나' 싶었다"라며 "그때 작가님은 촬영분을 다 봤고, 난 못 봤었다. 멋진 신세계를 만들어줬는데 내 몫을 제대로 했는지 두려웠다. 다행히 작가님이 '너무 알코올 중독자 같아요'라고 해주셨다. 가슴이 철렁했고, '그래도 잘한 것 같구나' 싶어서 약간 눈물이 글썽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방송된 SBS 예능 '강심장 리그'에서는 2007년 숨’이란 작품으로 칸 영화제 초청받아 전도연보다 먼저 레드카펫을 밟은 사실을 전하기도.
박지아는 당시 "같은 해인 그때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민망하지만 ‘숨’ 상영일이 며칠 앞이었다”며 그래서 레드카펫은 자신이 먼저 밟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 6년 차인 36세인 당시였다는 영화 ‘숨’에 대해 "첫 영화주연에 칸 영화제 초청까지 가니 후배들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반짝하고 시간이 지나니 무심해졌다. 나중엔 오디션 프로필 넣어보겠냐고 하더라"라고 전하기도.
그렇게 연기생활 20년이 훌쩍 흐른 박지아는 "주목받았다가 쉬게 되고 또 버티고 견딘 세월의 반복이었다"라고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심지어 후배에게 배역을 뺏긴 적 있다. 업계 들썩인 초대형 작품”이라고 서러움도 고백했다. 박지아는 “치열했던 오디션 합격, 시작할 때쯤 여주인공이 갑자기 미안하다고 해, 알고 보니 연출가는 나를 캐스팅하고 싶어 했지만 주최 측에서 다른 분을 선택해 배역이 바뀐 거였. 내가 좀 더 어필했어야 했나 돌아봤다"라며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 글로리'로 얻은 대중적 인기. 그는 가족 반응에 대해 "프로필사진이 가족의 자랑이다. 어머니가 아직도 용돈을 챙겨주시는데 이번에 잘 돼서 용돈 드리니 반을 돌려주셔 또 받았다"라며 "봉투에 메시지를 적어주셨다 '고생했어 딸’이었다'며 울컥해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과 마음도 적셨던 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되며 10월 2일 오후 10시에 발인 예정이다. 빌리언스 측은 "마지막까지 연기를 사랑했던 고인의 열정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다시 한번 고인의 가시는 길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생전 고인을 알던 한 업계 관계자는 "애통하다. 본업에는 멋지고 마음은 참 따뜻하셨던 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등 눈물과 그리움의 애도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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