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투수 정우람(39)의 성대한 은퇴식과 함께 61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정우람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아시아 단일리그 투수 개인 통산 최다 1005번째 경기를 데뷔 첫 선발로 나선 정우람은 NC 1번 타자 최정원에게 4구 만에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렇게 21년 프로 커리어를 끝낸 정우람은 만원 관중(1만2000명)으로 가득 들어찬 야구장에서 큰 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정우람은 모자를 벗어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이날 경기는 한화가 2-6으로 패하면서 아쉽게 끝났지만 경기 후 정우람의 은퇴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좌측 외야 불펜에서 전광판으로 한화에서 활약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힌 정우람은 양쪽으로 도열한 후배 선수들의 박수 속에 마운드로 향했다. 마운드에는 한화의 영구결번 레전드로 정우람과 고락을 함께한 김태균이 몰래 온 손님으로 깜짝 등자했다.
또 한 번 울컥한 정우람은 꽃다발을 준비한 김태균과 포옹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어 마운드에 선 정우람은 전광판을 통해 전달된 영상 편지를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한화 선수들은 물론 다른 팀 선수들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정우라미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언급한 김성근 전 감독과 한용덕 전 감독도 영상 편지에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가 나왔다.
이어 박종태 구단 대표이사와 함께 신구장에 설치될 기념 현판을 공개한 뒤 정우람의 은퇴사가 시작됐다. 경기 전 은퇴 기자회견 때부터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했던 정우람은 은퇴사를 말하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정우람은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을 함께 해주시는 팬 여러분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 한화이글스파크 61년 역사의 마지막 순간을 팬 여러분과 함께하게 돼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매 순간 저희와 함께 울고 웃었던 팬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습니다. 이 소중한 순간을 준비하고 만들어주신 김승연 구단주님, 박종태 사장님, 손혁 단장님, 이제명 파트장님, 손근우 과장님, 이글스TV 및 구단 모든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정우람의 은퇴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며 은퇴식을 마련해준 구단에 먼저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저의 30년 야구 인생에 있어 존경하는 감독, 코치님들이 너무나도 많이 계셨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땀 흘리고 노력하여 이뤄낸 수많은 과정과 업적의 시간들은 이 순간의 저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가슴 깊이 새기며 오랫동안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너무나 감사 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라며 “저희 부모님께서 이곳 이글스파크에 처음 오셨습니다. 처음 모시게 된 날이 저의 마지막 은퇴식이여서 참 죄송스럽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겸손하라고 말씀하셨고, 어머니께서는 늘 잘 챙겨먹으라고 하셨으며, 제 와이프는 매일 당신이 최고라고 말해줬습니다. 항상 겸손하려고 했고, 늘 잘 챙겨 먹으려고 했으며, 매일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달려와보니 어느덧 지금 이 자리에 와있습니다. 많이 고생하셨고 감사드리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15년 동안 사위 때문에 늘 마음 졸이셨을 장인어른 장모님!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라고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 다음으로 한화 선수들의 이름도 한 명씩 불러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말을 이어가며 목이 메인 정우람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9년 전 이곳 대전에 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낯설기도 했고, 수많은 다짐과 목표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 1년 승리와 감동, 환희, 인내 속에서 훌쩍 시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려보면 그때 그 순간 늘 팬들이 곁에 있었고, 역시 지금 이 순간 마운드에 선 저를 수많은 등불처럼 아름답게 비춰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더 없이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우람은 “사람들은 묻습니다. 대전에는 성심당, 그리고 또 뭐가 유명하냐고. 그때마다 저는 대전의 최고 명물은 한화 이글스 팬분들이라고 말해왔습니다.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최고의 팬덤인 여러분은 저와 선수들의 자부심이자 사시사철 굳건한 소나무였습니다. 그때 그 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께해주시고, 성원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다가올 그 순간을 향해 한 발 한 발 열심히 걸어가겠습니다.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 그리고 구단 프런트 및 감독, 코치님과 우리 선수들 사랑하고 감사했으며 행복했습니다. 머리 숙여 이만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은퇴사를 마쳤다.
이후 1루 덕아웃 앞에서 후배 선수들과 모두 포옹을 나눈 뒤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팬들과 인사한 정우람은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다. 후배들의 헹가레를 받으며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곧 이어진 화려한 불꽃 놀이 퍼포먼스로 한화생명이글스파크도 작별을 고했다. 지난 1964년 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으로 개장해 2015년 네이밍 스폰서로 지금 명칭이 된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올해로 61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프로야구 출범 후 OB(현 두산)가 서울에 입성하기 전 1982~1984년 임시 연고지로 이 구장을 홈으로 썼고, 1986년 제7구단으로 합류한 빙그레가 지금의 한화로 올해까지 39년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한화는 이 구장에서 정규시즌 통산 2213경기 1067승1105패41무(승률 .491)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는 13차례 올랐고, 이곳에서 34경기 17승17패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 김태균(52번) 등 4명의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들을 배출한 구장으로 역사에 남았다. 한화는 내년부터 바로 옆에 지어지고 있는 새 야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에서 새 시대를 연다.
정우람 은퇴사, 한화 선수들에게 전한 메시지
(채)은성아, 재작년 겨울 이곳 한화로 팀을 옮겼을 때가 생각난다. 누구보다 형은 기뻤고 반겼던 것 같다. 아쉽게 1년밖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후배들에게 큰 울타리가 되어줘 참 고맙다. 올 한 해 이글스의 주장으로서 한 시즌 너무 고생했다. 꼭 헹가래받는 그 날이 올 거니까 지금처럼 큰 울타리이자 오래오래 이글스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이글스에서 가장 오래 뛰고 있는 (장)민재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늘 오뚝이처럼 꿋꿋이 일어나 달려가고 있는 멋진 동생 민재! 어떤 상황이든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던지는 멋진 선수 민재! 대단하고 멋있었다. 여기 있는 후배들이 민재를 보고 많이 배우고 느꼈으면 한다. 고생했고 응원할게 민재야.
관중석에서 보고 있을 (이)태양아. 너에게 할말이 참 많지만 눈물이 많이 날 것 같아 줄여 보도록 할게. 많은 추억과 행복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줘 참 고맙다. 힘들 때 함께해줬고, 기쁠 땐 서로 축하하며 보낸 시간들이 금방 지나가 버렸구나. 어느덧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챙기며 이끌어가는 모습 참 멋있더라. 지루하고 힘든 재활 잘 끝내고 올 겨울 착실히 준비해서 내년 시즌만이 아닌 오랜 시간 한화 마운드의 태양으로 빛나길 응원할게 고맙다!
(최)재훈아, 오랫동안 호흡하면서 마지막 승리를 함께 해준 네가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같이 기뻐해주고, 같이 인내해줘서 참 고맙다.
우리 (주)현상이도 오랫동안 승리의 마지막 순간을 지킬 수 있게 꼭 부탁한다. 작년 시즌 그리고 올 시즌 두 말할 나위 없이 넘버원이야. 늘 그래왔듯이 잘 쉬고 잘 준비해서 내년에도 최고 마무리투수로 이글스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재원이 그리고 (안)치홍아. 올 시즌 고생 많았고 같이 뛰지 못해 아쉽지만 훌륭한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과 오래오래 나눴음 한다.
(하)주석아, 올 시즌 마음고생 많았지? 9년 동안 너와 함께 경기하면서 많은 승리와 도움을 받았어. 형에게는 주석인 멋진 동료이자 아끼는 동생이었다. 이제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웃으며 야구하는 주석이가 되었음 좋겠다. 항상 응원한다.
(박)상원아.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네가 어느덧 중고참이 되어있구나. 누구보다 형에게 혼이 많이 났던 상원이는 알고 보면 의리 있고, 정도 많으며 옳고 그름이 확실한 동생이었어. 많이 질문하고 욕심 내며 성장한 네가 대견스럽다. 앞으로 늘 겸손하고 잘 준비하며 동료들에게 믿음 주는 선수로 롱런하기를 소망할게 파이팅!
(김)범수야. 늘 금쪽이라고 놀려서 미안하다. 네가 21살 됐을 때 만나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구나. 볼펜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범수야. 늘 호기심 많고 많은걸 궁금해하며 노력해온 범수야. 아프지 말고 독하게 준비해서 내년엔 커리어하이 제대로 한 번 보여줘 화이팅!
늘 노력하고 파이팅 넘치며 항상 형들 동생들에게 긍정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도윤이, (장)진혁이, (김)인환이, (김)태연이. 그동안 고생했고 고마웠다. 조금 더 욕심 내며 너희가 이글스의 중심 축이 되어줬으면 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애도 잘 이겨내며 열심히 던져준 (한)승혁이, (이)민우, (이)상규, 항상 애정이 가는 (윤)대경이. 모두들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여기에 있는 모든 젊은 선수들이 이글스의 현재이자 미래인 것을 알고 한국 최고를 꿈꾸며 이 순간부터 준비하고 노력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류)현진아. 대한민국 에이스이자 누구보다 한화를 사랑하는 너와 함께 뛰어보지 못해 너무 아쉽다. 4년 전 같이 꼭 뛰자는 약속 지키지 못해 훗날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더욱 더 준비하고,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역시 존경 받을 선수란 걸 느낀다. 오랫동안 이글스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야구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멋있었고,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