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홈런 도전을 포기한 걸까.
‘홈런왕’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를 결장했다. 양키스가 그 전날(27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꺾고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우승을 확정했고, 저지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저지는 지난 2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부터 27일 볼티모어전까지 5경기 연속 홈런을 폭발했다. 시즌 홈런 개수를 58개로 늘리면서 60홈런에도 2개 차이로 다가섰다. 최근 페이스라면 남은 3경기에서 충분히 6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저지는 28일 경기를 쉬었다. 보통 지구 우승이나 디비전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팀들이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곤 하는데 기록이 걸려있는 저지가 부상이 아닌데도 휴식을 취할 것이라곤 예상하기 어려웠다.
저지는 2022년 AL 역대 한 시즌 최다 62홈런을 기록했다. 이미 60홈런을 해본 적이 있고, 남은 경기를 볼 때 62개를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지가 기록에 큰 미련을 두지 않는 모습. 주장으로서 팀 내 다른 선수에게 출장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일 수도 있다.
반면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쉬지 않는다. 다저스가 지난 2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승리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 확정했지만 다음날인 28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도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시즌 54호 홈런, 57호 도루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4타점 활약으로 다저스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0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50-50 대기록을 세운 뒤에도 오타니는 다저스의 지구 우승을 위해 엄청난 집중력을 이어갔다. 홈런 4개, 도루 7개 추가하면서 기록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5할6푼4리(39타수 22안타) 6홈런 18타점 출루율 .605 장타율 1.154 OPS 1.759로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28일 경기 후 “이렇게 오랫동안 잘 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남은 2경기에서도 지금 활약을 이어갈 것 같다”며 무척 놀라워했다.
오타니는 올해 다저스의 160경기 중 157경기를 뛰었다. 지명타자라고 해도 3경기밖에 결장하지 않고 풀시즌을 소화 중이다. 타율 3할9리(627타수 194안타) 54홈런 130타점 194득점 57도루 출루율 .390 장타율 .651 OPS 1.041로 NL 홈런·타점·득점·출루율·장타율·OPS 1위, 타율·안타·도루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엄청난 몰아치기로 타격왕까지 슬쩍 바라보고 있다. 3년 연속 타격왕을 노리는 샌디에이고 루이스 아라에즈(.314)에게 5리 차로 따라붙었다. 둘 다 2경기밖에 남지 않아 5리 차이도 꽤 크지만 오타니의 페이스가 워낙 좋아 아라에즈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풀 수 없게 됐다.
홈런, 타점 1위가 확정적인 오타니가 타율까지 1위에 등극한다면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미겔 카브레라에 이어 12년 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 달성하게 된다. 로버츠 감독도 “오타니가 트리플 크라운을 할 수 있을지 체크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아라에즈가 2안타를 쳤다”며 웃은 뒤 “200안타도 눈앞에 두고 있다. 달성 가능한 기록이라면 무엇이든 오타니의 레이더에 잡혀있다. 남은 2경기도 다 뛸 것이다”고 또 다른 기록 달성을 기대했다.
오타니는 28일 콜로라도전에서 시즌 57호 도루를 성공하며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기록한 56도루를 넘어 아시아 선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0안타는 6개가 남아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2004년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262안타를 기록한 이치로는 2001년 데뷔 첫 해부터 10년 연속으로 200안타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