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묵은 복권들이 당첨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KIA 마운드에 호재가 등장했다. 개막전 1군 불펜에서 자취를 감췄던 두 명의 투수들이 가을이되자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주인공은 우완 유승철(26)과 좌완 김기훈(24)이다. 유승철은 2017시즌 1차 지명자, 김기훈은 2019 1차 지명자들이다. 입단때부터 재능을 보였지만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김기훈은 선동열 감독이 극찬까지 받고 2019 신인투수로 개막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갔지만 제구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구속도 떨어지고 제구도 잡히지 않았다. 상무 전역후 잠깐 150km 소방수급 구위를 보여 기대치를 잔뜩 높였지만 그때 뿐이었다. 작년부터 오히려 구위가 퇴보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유승철도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2년차 2018시즌 39경기에 출전해 1승1세이브3홀도, 평균자책점 4.37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투피치 위주의 투구패턴에 제구도 뒷받침되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1군에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도 반등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잊혀지는듯 했지만 돌아왔다. 반전이 있었다. KIA는 지난 6월 시즌중인데도 김기훈과 유승철을 비롯해 투수 몇몇을 미국으로 단기유학을 보냈다. 우완 김현수와 신인 조대현과 김민재도 함께였다. 샬럿에 있는 트레이닝 전문센터 트레드 에슬레틱스에서 집중교육을 받았다. 부상을 당하지 않으면서도 최적의 투구를 할 수 있는 폼을 만들고 훈련기법을 배웠다.
의외로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났다. 김기훈과 유승철은 트레이닝센터의 맞춤형 제안을 받아 투구폼에 눈에 띠는 변화를 주었다. 김기훈은 와인드업시 양팔을 아래로 쭉 뻗고 투구하는 폼으로 바꾸었다. 메이저리그 41승을 거둔 일본인 좌완 기쿠치 유세이(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구와 유사했다. 유승철은 발을 올리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가며 던지는 폼이었다. LA 다저스의 일본인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판박이였다.
김기훈은 눈에 띠게 구위가 좋아졌다. 7월31일 올해 처음으로 1군에 복귀했다. 당일 광주 두산전에 나서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1안타 4볼넷 1사구 3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이후 15경기에서 4자책에 불과했다. 강력한 직구에 우타자도 잡을 수 있는 명품 체인지업까지 던지며 강력함을 보여주었다. 향후 선발과 필승조까지 활용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의 분수령이었던 9월1일 대구 삼성전의 피칭은 눈부셨다. 1-5로 뒤진 5회부터 등장해 3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로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KIA는 2위 삼성에게 2연승을 거두며 사실상 우승고비를 넘겼다. 김기훈의 역투가 우승기운을 가져온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예상된다.
김기훈에 비해 유승철의 기여도는 미비하지만 확실하게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4일 콜업을 받아 3경기에서 각각 1이닝씩 던지며 무실점을 했다. 평균 148km에 최고 150km를 넘기는 직구가 위력적이었다.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모습이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진입은 어렵겠지만 내년시즌 활약을 기대케하는 변화는 분명했다.
최근 KIA 드리프트의 힘으로 우승 전력을 만들었다. 2020 1차지명자 정해영은 121세이브 마무리로 자리잡았고 2021 1차지명자 이의리는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10승을 올렸다. 2022년 1차지명자 김도영은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는 슈퍼스타로 발돋음했다. 2022 2차 1라운더 최지민은 올해 주춤했지만 작년 좌완 필승맨이었다. 2023 1라운더 좌완 윤영철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
이제는 묵은 복권들까지 당첨 조짐을 보였다. 2018 1차지명자 포수 한준수도 입단후 6년동안 빛을 내지 못했다. 작년 중반 1군에 승격하더니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며 사실상 주전포수 자리를 예약했다.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김기과 유승철까지 어필을 시작했다. 두 투수가 확실한 1군 요원이 된다면 KIA는 지속가능한 강팀이 될 수 있다. 요즘 뭐든지 잘 풀리는 KIA가 아닐 수 없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