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기 싫어서’ 한지현이 물오른 연기로 인물의 서사에 깊이를 더했다.
지난 23일, 24일 방송된 tvN X TVING ‘손해 보기 싫어서’ 9, 10회에서 한지현(남자연 역)은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는 남모를 속앓이를 겪으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인물의 변화를 탁월하게 그려내 드라마의 몰입을 한층 높이고 있다.
한지현이 맡은 남자연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후 신민아(손해영 역)의 어머니 보호 속에 가정 위탁을 하며 살아왔다. 독립이 가능한 상황에도 한지현은 계속 신민아와 함께 살며 가족 보다 더 가족 같은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준다. 이렇게 평탄한 삶이 지속될 줄 알았던 한지현 앞에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가 다시 나타났고, ‘살인자’로 저장된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자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그려져 안타까움과 동시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또한 한지현은 다자연애를 하는 주민경(차희성 역)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주민경이 어떤 결정을 하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근데 우린 알잖아요.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어떤 지옥을 만드는지”라는 말로 현시대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아버지가 찾아와 자신 때문에 신민아에게 피해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급히 살 집을 알아보고 바로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조급함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한지현은 이상이(복규현 역)에 대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급물살을 탄 로맨스에 불을 지피기도. 신민아의 오해를 풀기 위해 이상이에 대한 마음을 고백했던 한지현은 이상이와 회사 데이트를 즐기며 첫 입맞춤까지 나눠 보는 이들의 도파민을 솟구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될 것만 같았던 설렘도 잠시 이상이에게 “오늘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라고 선언, 자신이 처한 현실로 인해 사랑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한지현의 안타까운 상황이 짠함을 자아냈다.
한지현은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의 디테일한 감정 변화와 서사를 깊이 있게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는 평. 극 초반에는 잘나가는 19금 웹소설 작가의 직업적인 면을 한층 코믹하게 부각시키며 캐릭터의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두드러지게 담아내는데 집중했다면, 극이 진행될수록 밝은 모습 뒤에 감춰진 가정폭력을 당했던 과거사로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고도 실감나게 했다.
뿐만 아니라 한지현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설레는 로맨스도 놓치지 않는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이해, 애정이 묻어난 한지현의 영리한 노력의 결과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
‘손해 보기 싫어서’가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증명하고 있는 한지현이 어떤 결말을 이끌어낼지 그의 남은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yki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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