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고 했다. 현재 LA 다저스의 태양은 하나, 두말할 것 없이 오타니 쇼헤이(30)다. 지난해까지 다저스 최고 스타였던 무키 베츠(32)가 2인자를 자처할 만큼 그 위상이 대단하다.
오타니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시즌 53호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2도루로 맹활약하며 다저스의 6-5 끝내기 역전승을 이끌었다.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세운 뒤에도 오타니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도 3회, 7회 시즌 54~55호 멀티 도루를 성공하며 기세를 높이더니 4-5로 뒤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콜로라도 우완 세스 할보센의 4구째 가운데 낮은 스플리터를 걷어올리며 중앙 담장을 넘겼다. 시즌 53호포.
5-5 동점이 된 뒤 다음 타자 베츠도 할보센의 3구째 몸쪽 높게 들어온 싱커를 받아쳐 좌월 끝내기 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즌 19호 홈런으로 개인 통산 두 번째 끝내기 홈런. 2020년 다저스에 온 뒤로는 첫 끝내기 홈런이었는데 오타니와 백투백으로 장식했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베츠는 “오타니의 홈런이 우리에게 힘을 줬다. 덕분에 나도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었다”며 “중요한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오타니를 응원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 같다. 오타니는 그래서 7억 달러를 받았다. 우리는 그를 서포트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오타니를 1인자로 한껏 치켜세웠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이기기 어려운 경기였는데 스타들이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해줬다. 정말 보기 좋았다”며 “오타니가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사람 같지 않다. 그처럼 오랫동안 집중력을 발휘한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엄청난 안타, 엄청난 홈런을 보여준다”고 칭찬했다. 적장인 버드 블랙 콜로라도 감독도 “오타니는 슈퍼스타다. 위대한 선수다. 50홈런을 이상을 쳤고, 오늘 홈런도 그가 다저스에서 하는 일이다”고 인정했다.
‘라이벌’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도 오타니에 대한 경의를 잊지 않았다. 오타니의 50-50 활약에 다소 묻힌 감이 있지만 저지도 지난 22~23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시즌 54~55호 홈런을 폭발하며 아메리칸리그(AL) 포함 양대리그 통합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저지는 “나는 한 해가 끝나기 전에 시즌을 돌아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타니가 하고 있는 활약을 지나치긴 어렵다. 그는 또 한 번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매년 뭔가 특별한 일을 해내는 것 같다. 놀라운 시즌이 또 하나 추가됐다”고 경의를 표했다.
50-50 대기록을 세운 뒤에도 오타니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 다저스의 지구 우승 확정이라는 목표가 아직 남아있다. 93승63패(승률 .596)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저스는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90승66패 승률 .577)에 3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다. 잔여 시즌 6경기가 남은 가운데 지구 우승 매직넘버는 ‘4’.
상대 전적에서 샌디에이고가 7승3패로 남은 3경기에 관계없이 우위를 확보해 사실상 2경기 차이다. 25일부터 다저스타디움에서 시작되는 양 팀의 3연전 결과에 지구 우승 여부가 달려있고, 오타니도 긴장의 끈을 계속 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