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가 멀어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최고의 수확은 젊은 야수들의 동반 성장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예비 명단(60명)에는 롯데 소속 야수가 6명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포수 손성빈(22), 내야수 고승민(24), 나승엽(22), 손호영(30), 외야수 윤동희(21), 황성빈(27)이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맹활약한 윤동희와 함께 유력한 대표팀 승선 후보로 고승민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까지 내외야를 오가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던 고승민은 올해 주전 2루수로 급성장했다. 113경기 타율 3할2리(457타수 138안타) 12홈런 81타점 OPS .812를 기록 중이다. 3할 타율에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며 대형 2루수로서의 잠재력을 폭발헀다.
여기에 대표팀 부동의 2루수로 활약한 김혜성(키움)이 예비 명단에 빠졌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김혜성은 병무청이 지정한 4주 기초군사훈련과 이번 프리미어12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우게 됐다. 김혜성과 함께 강백호(KT)도 같은 이유로 예비 명단에서 제외됐다.
또 다른 2루수 자원으로 박민우(NC), 강승호(두산)도 있지만 각각 31세, 30세로 나이가 있는 편.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8년 LA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20대 중심의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릴 계획을 갖고 있다. 24살밖에 되지 않은 고승민은 대표팀 기조와 딱 들어맞는 2루수다.
하지만 고승민에게도 변수가 있으니 바로 손가락 상태다. 왼쪽 엄지손가락 지절 관절 인대 손상으로 시즌 후 수술을 해야 한다. 시즌 중반에 다친 상태로 경기를 못 뛸 정도는 아니지만 불편함을 계속 안고 있다.
롯데 구단은 “내년 시즌을 위해선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프리미어12 대표팀 명단 확정에 따라 수술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든다면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룰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고승민이 빨리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는 게 내년 시즌 준비에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에 대해 “수술을 바로 해야 내년 스프링캠프에 바로 들어올 수 있다”며 “대표팀에 가서 FA 날짜를 얻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이다”는 의견을 냈다.
젊은 선수에게 국제대회는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갖고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다. 고승민은 아직 대표팀에 발탁된 적이 없다. 올 시즌 활약을 발판 삼아 국제대회까지 경험한다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덤으로 FA 등록일수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크다.
하지만 손가락 상태가 완전치 않다면 부담스러운 일정이 될 수 있다. 수술이 늦어지면 내년 시즌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고승민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이제는 롯데 팀으로 봤을 때도 핵심 전력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대표팀에 최종 발탁되는 게 우선이지만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고승민에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고승민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가락 통증을 안고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내년 고승민이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