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이번엔 범행도구다. 사건의 얼개를 진작 드러내고도 끊임없이 미스테리를 이어가고 있는 MBC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 21일 방송된 11회에서는 심보영(장하은 분) 살해도구 삽과 박다은(한소은 분) 살해도구 몽키스패너를 앞세웠다.
고정우(변요한 분)의 아버지 고창수(안내상 분)가 10년간 보관해온 고정우의 차에선 삽이 발견됐다. 그 삽은 심보영 백골사체 두개골에 난 상흔과 흔적이 동일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 살해도구란 국과수 소견도 나왔다.
양흥수(차순배 분)가 현구탁(권해효 분)에게 증언한 바에 따르면 죽은 줄 알고 유기하려던 심보영은 당시까지 살아있었고 신추호(이두일 분)가 그 삽을 휘둘러 숨을 끊었다고 했으니 직접 살해도구가 맞다.
문제는 이 삽이 생뚱맞게 등장했다는 점. 1회를 다시 보면 김희도가 현구탁에게 고정우 차의 트렁크를 열어놓고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열려진 트렁크에는 혈흔만 흥건했을뿐 삽은 자루 끝도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은 트렁크 귀퉁이에 있다 해도 말이 안된다. 시신없는 살인사건이다. 사체 유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다. 혈흔이 흥건한 트렁크에서 삽이 발견됐다면 당연히 범행도구일 가능성을 확인했을 것이며 아니라도 사라진 사체의 유기장소를 특정하기 위해서라도 토양 성분분석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 하나의 범행도구 몽키스패너는 남겨진 미스테리다. 박형식(공정환 분)이 박다은을 살해할 때 사용한 몽키스패너는 최나겸(고보결 분)이 자전거 타고 손수 박형식 집 앞으로 배달했다. 그 몽키스패너가 다시 현장에서 발견됐다. 고정우의 지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닦았을 것으로 추정한 채 범행도구로 특정됐다.
살인사건에서 범행도구는 알리바이만큼 중요하다. 살인을 저지르고 미처 챙기지 못했던 범행도구가 다시 제 손에 쥐어졌을 때 박형식은 왜 그 증거를 없애지 않았을까?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장으로 돌아왔을까?
병실에 격리된 현수오(이가섭 분)가 병원 곳곳에 그린 그림들은 박다은 살해 목격 기록이다. 협탁 뒷면엔 몽키스패너가 그려졌고 침대 시트엔 박형식이 박다은을 가격하는 장면, 그리고 경찰 정복의 사내가 있었다. 박형식이 “현구탁 서장?”하고 의문을 드러낸.
추리해 보자. 몽키스패너를 배달받은 박형식은 목격자가 있음을 인지했을 것이다. 제 깜냥으로는 감당할 자신이 없어 예영실(배종옥 분)에게 고백했을 것이고 예영실이 당시 형사과장 현구탁을 소환했다면?
시신없는 살인 사건이다. 심보영 사체 유기에 정우의 차를 이용한 순간 현구탁은 정우를 희생양 삼을 작정을 했을 것이다. '정우네 창고라서'는 표면적 이유일 수 있다. 심동민이 주정하며 정곡을 찌른 친구 고창수에 대한 열등감. 건오-수오에게까지 대물림될듯한 고정우의 잘남에 대한 질투도 한 자락 깔려있을 수 있다. 근데 엉뚱하게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그 희생자 박다은은 할머니에 의해 이미 실종신고가 된 상태고.
어차피 심보영 사건 범인을 고정우로 몰아갈 계획인 터에 박다은 건도 덤터기 씌울만 했을 것이다. 전도유망한 정치인 예영실과 자폐를 앓고 있는 수오를 생각할 때 병원장인 박형식에게 빚 하나 지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3리터가 넘는 혈흔이 발견된 사건이다. 기왕 범인으로 몰자면 유기 수단만으론 미흡하니 범행도구도 특정되는 게 좋다. 그런 이유로 몽키스패너는 최나겸-박형식-예영실-현구탁을 거쳐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한편 현구탁은 양흥수와 신추호가 못내 괘씸하다. 애초에 제 아들 현건오는 아무 죄도 없었다. 성폭행범은 양병무(이태구 분), 신민수(이우제 분)였다. 제 착각에 사체 유기를 도왔을 뿐이다. 그 죄없는 아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뻔뻔하게 살아남은 제 자식들 위하자고 감히 자신을 협박해온다.
게다가 듣고보니 심보영은 살아있었다. 신추호가 죽였다. 양흥수는 방관했고. 이 모지리들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망쳐버렸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이재희(박미현 분)의 충고 “참 오빠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어요. 그 사람 총 가지고 있어.”
어차피 살해도구인 삽에서 신추호의 지문은 나올 것이다. 그 신추호는, 조금 모자라 자신이 언제든 컨트롤할 수 있는 양흥수와 달리, 저 불리하면 무슨 말이든 떠들고 다닐 인물이다. 차도살인은 현구탁이 즐겨쓰는 방식이다.
양흥수로 하여금 심동민(조재윤 분)에게 내막을 고백하게 하자. 성마른 심동민이라면 장롱 속 총을 꺼내 들고 신추호를 사살할 공산이 크다. 그리되면 사건 종료다. 심보영 성폭행범 양병무·신민수, 살해범 신추호. 피의자 신추호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박다은 살해까지 신추호가 안고 가면 될 일이다. 예영실에게 또 하나의 빚을 지울 수 있다.
현구탁의 계획대로 심동민은 말리는 고정우를 뿌리치고 신추호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문제는 고정우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고정우는 아직도 찾고 있다. “다은아, 너 어딨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여전히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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