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최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종종 하는 말이다. 선수들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고 욕심을 내면서 하는 플레이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한 것. 김태형 감독의 롯데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주전 라인업 세팅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타순의 변동이 조금씩 있지만 나서는 선수들은 대동소이하다. 사실상의 백지 상태에서 현재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롯데는 가장 젊고 다이나믹한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윤고나황’으로 대표되는 젊은 코어 선수들이 리그 정상급 생산력을 과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손호영과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복덩이가 됐다. 베테랑 전준우가 건재하다. 유격수 자리는 여러 선수들이 경쟁을 펼쳤지만 박승욱이 자리를 차지했다. 총 8명의 타자가 100안타 이상을 기록하면서 ‘ 뉴 롯데’의 화려한 출범을 알렸다.
그러나 디테일이 아쉽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 실수가 나온다. 젊은 선수들이기에 의욕은 넘치지만 이 의욕이 과욕으로 변질될 때가 주로 있다. 잔여경기 기간에 쉼없이 경기를 뛰면서 투혼과 투지를 발휘하고 있지만, 이 투혼과 투지가 과욕에 묻히면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시즌 막판으로 향할수록 의욕이 넘쳐서 디테일을 놓쳤다.
롯데는 3연승을 달리다 18~19일 사직 LG전에서 모두 패했다. 2연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한 끗 차이의 플레이로 분위기를 내줬다. 18일 경기에서는 1-1로 맞선 8회, 오지환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포수 정보근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이후 3루로 향하는 오지환을 잡기 위해 중견수 윤동희가 무리하게 3루로 송구하다 악송구가 나왔다. 허무하게 1-2로 역전을 당했다. 결국 경기도 3-5로 패했다.
김태형 감독은 “(윤)동희가 안 던져도 되는데 3루에 송구를 했다”라면서 “3루와 투수가 백업 들어가 있는 거리 자체가 짧으니까 빠른 속도로 오는 송구가 한두 발만 벗어나도 투수가 잡지를 못하더라”라며 윤동희의 아쉬운 판단을 지적했다.
19일 경기에서도 롯데는 디테일 차이로 경기를 내줬다. 윤동희의 투런포로 4-4 동점을 만들고 맞이한 7회초. 1사 후 홍창기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김현수에게도 좌익수 방면 빗맞은 뜬공을 허용했다. 타구가 짧았다. 황성빈은 좌중간 쪽에서 먼 거리를 뛰어왔다. 황성빈은 몸을 날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이빙을 한 위치와 공이 떨어진 위치의 거리는 꽤 있었다. 의욕을 보였지만 무리한 플레이였다. 타구는 황성빈 뒤로 빠졌고 잡지 못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판단한 1루 주자 홍창기는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다. 홈을 밟기에 충분했다. 4-5로 역전을 당했고 김현수도 2루까지 향했다. 결국 오스틴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면서 4-6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제 롯데의 트래직넘버는 2가 됐다. 롯데가 전승을 해도 4위 두산과 5위 KT가 2승만 더 하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다. 매우 희박한 가능성이다.
주전 세팅을 완료한 의미있는 시즌이었다. 그러나 결국 디테일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을야구 도전은 또 다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