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서 보면 더 큰 감명을 받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 50-50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경기 전 불펜 피칭으로 30개의 공을 던졌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재활 막바지에 온 오타니의 7번째 불펜 피칭으로 투구수를 30개까지 늘렸다. 최고 시속 93마일(149.7km)을 뿌리며 실전 복귀를 위해 피치를 올렸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오타니가 불펜 피칭을 계속 이어가면서 포스트시즌에 투수 복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맞이한 이날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1번 지명타자로 출장한 오타니는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를 훔쳤다. 시즌 49호 도루. 대망의 50-50에도 홈런 2개, 도루 1개만을 남겨놓게 됐다.
50-50에 가까워지면서 모든 미디어와 팬들의 시선이 오타니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기록에 다가서는 오타니를 보면서 다저스 팀 동료들도 깊은 감명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11년 차 베테랑 유격수 미겔 로하스(35)도 그 중 한 명이다.
로하스는 지난 19일 미국 시리우스XM의 MLB 네트워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올 시즌 지명타자로 뛰고 있지만 뒤에선 내년 시즌 등판을 위해 계속 준비하고 있다. 투수로서 재활을 하기 위해 일찍 야구장에 나와 불펜 피칭을 하기도 한다. 그 점이 가장 인상 깊다”고 말했다.
이어 로하스는 “오타니는 국제적인 아이콘이다. 팬들과 미디어는 그가 경기장에서 하는 일만 보지만 난 무대 뒤에서 보는 그에게 더욱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루틴에 집착하지 않는다. 동시에 해야 할 일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며 경기 전 오타니의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로하스 말대로 팬들과 미디어는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오타니만 보고 있다. 풀타임 지명타자로 50-50을 눈앞에 둔 것도 대단하지만 팀 동료들은 경기 전부터 그라운드 뒤에서 오타니가 쏟아붓는 노력을 두 눈으로 보고 있다. 같은 선수로서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노력. 재능만큼 빛나는 부분이다.
로하스는 오타니의 폭발적인 주력에도 감탄했다. 그는 “오타니는 몸집이 크다. 185cm 선수가 뛰는 것과 다르다. 그 정도 되는 체격에 이렇게 잘 뛰다니 정말 미쳤다”고 말했다. 193cm 95kg 거구의 오타니는 스프린트 스피드가 초당 28.1피트(8.6m)로 리그 상위 27%에 속한다. 엄청난 속도는 아니지만 평균 이상으로 빠르고, 상대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는 도루 센스와 스타트가 좋다.
그 결과 49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실패는 단 4개뿐이다. 지난 7월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이 마지막 도루 실패로 최근 26번의 도루 시도에서 모두 성공했다. 도루 성공률 92.5%. 역대 한 시즌 50번 이상 도루를 시도한 선수 중에선 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지미 롤린스(94.0%·47/50),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제이코비 엘스버리(92.9%·52/56)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