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한승혁이 위기 상황을 만들고 교체됐지만, 감독의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 사연이 있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잔부상에도 팀을 위해 투혼을 아끼지 않는 한승혁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 1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NC의 경기. 한화가 3-0으로 앞선 8회말, 한승혁이 김서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형준을 3루수 땅볼로 아웃을 잡았다. 이후 한석현의 타구를 유격수가 2루 베이스 근처에서 잡다가 놓쳤다. 기록은 내야 안타. 한승혁은 박민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김주원에게도 중전 안타를 허용해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덕아웃에서 나와 투수를 교체했다. 한승혁은 마무리 주현상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안타 한 방이면 1점 차, 자칫 동점까지 될 위기를 만들었다.
위기 상황을 만든 한승혁은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는데, 뜻밖의 손길이 있었다. 김경문 감독이 경기 도중에 한승혁에게 다가가 다독이며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경기가 끝난 후가 아니라, 경기 도중에 이례적이었다. 김 감독은 앞서 6회 1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박상원이나 7회 1이닝 KKK로 막은 김서현에게는 별다른 표현을 하지 않았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한승혁이 엊그제 타구에 머리를 맞지 않았나. 마운드에 올라가서 (결과를 떠나서) 잘 던졌다”고 이유를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태도나 자세,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등을 중시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에 한승혁이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화 관계자는 “한승혁이 위기 상황에서 교체됐음에도 이후 표정이 밝아보였다”고 했다. 감독의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 것.
주현상이 1사 만루에서 데이비슨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밀어내기로 1점을 허용, 하지만 주현상은 서호철을 2루수 땅볼 병살타로 처리해 한승혁은 ⅓이닝 3피안타 1실점만 기록했다. 한화는 4-1로 승리했다.
김경문 감독은 17일 경기 전 덕아웃 앞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다가, 워밍업과 러닝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한승혁을 불러서는 “몸은 괜찮냐”고 물어봤다. 한승혁은 “괜찮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한승혁은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7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첫 타자 나승엽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윤동희의 직선 타구에 머리를 맞았다. 타구는 외야까지 튕겨 충격이 커 보였다.
코치와 트레이너가 나와서 한승혁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우측 측두부를 맞은 한승혁은 다행히 고통스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승혁은 교체됐고, 인근 병원으로 검진을 위해 이동했다. 이후 한화 구단 관계자는 “한승혁이 부산의료원 응급실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고 별 이상이 없다. CT 검사 결과 특이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천만다행이었다.
한승혁은 올 시즌 65경기(57⅔이닝)에 등판해 5승 5패 16홀드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불펜에서 홀드 1위다. 마무리 주현상 앞에서 박상원과 함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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