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한국야구위원회)는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KBO는 지난 17일 “연일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 확보를 위해 18일 오후 2시에 예정된 사직, 수원, 창원 경기 개시시간을 오후 5시로 변경했다”라고 긴급 발표했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자 9월 중순인데 폭염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통상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 이례적으로 폭염특보가 발효됐으며, 수원 경기가 열리는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18일 낮 최고 기온은 33도에 달했다. 추석 폭염에 사직구장에서 온열환자가 무려 43명 발생하기도 했다. KBO가 오후 2시 경기를 급하게 오후 5시 개시로 바꾼 이유다.
현장은 KBO의 긴급 결정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18일 수원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오늘 2시 경기를 했으면 죽을 뻔했다”라며 “원칙대로 2시 경기를 해서 죽을 수는 없지 않나. 개시 시각을 바꾸는 게 죽는 거보다 낫다. 우리도 힘든데 햇볕이 계속 내리쬐는 3루 관중석의 팬들은 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9월 주말 경기 17시 개시와 더불어 날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다른 제도들 또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계속 이런 날씨면 더블헤더도 5월까지만 해야 한다. 6월부터 더블헤더를 어떻게 하나”라며 “폭염에 2시 경기를 하는데 3회 지났더니 선수들 얼굴이 금방 뻘게지더라. 김상수 얼굴을 보고 선수를 일찍 빼줬다. 너무 힘들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9월 오후 5시 개시도 빠르다. 사실 5시가 되도 낮과 큰 차이가 없다. 6시나 6시 30분으로 미뤄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의 의견도 같았다. 박 감독은 “2시 경기였으면 몇 명 쓰러졌을 거 같다. 너무 뜨겁다”라며 “KBO의 경기 시간 변경을 적극 찬성한다. 하루 전날 결정했다 해도 지금 날씨에서 2시에 경기하면 선수들 집중력이 떨어지고, 큰 부담이 된다. 팬들도 의무실에 많이 가셨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삼성)은 지난 15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폭염에 탈수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박 감독은 "날씨 탓에 어지럼증과 울렁증을 호소했다. 더위에 의한 질환이다"라며 "지금 시기 2시 경기는 투수, 포수가 가장 힘들다. 나도 (원)태인이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 마운드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인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KT는 삼성 선발 데니 레예스를 맞아 멜 로하스 주니어(좌익수)-강백호(지명타자)-장성우(포수)-오재일(1루수)-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오윤석(2루수)-배정대(중견수)-정준영(우익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조이현이다. 1군 엔트리는 조이현을 등록하고, 포수 강현우를 말소했다.
삼성은 KT 선발 조이현 상대로 김지찬(중견수)-김헌곤(우익수)-구자욱(좌익수)-르윈 디아즈(1루수)-박병호(지명타자)-김영웅(3루수)-이재현(유격수)-류지혁(2루수)-이병헌(포수) 순의 라인업을 제출했다. 엔트리 변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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