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직전 팔꿈치 수술을 받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꿋꿋하게 재활을 해서 돌아왔고 결국 3년차에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셋업맨으로 등극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3년차 좌완 이병헌(21)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6-2로 앞선 1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사 1,2루에서 맞이한 첫 타자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보내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전병우를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처리해 1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꾼 뒤 김영웅을 삼진으로 솎아내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8회에는 공을 이영하에게 넘기면서 이병헌의 홀드가 기록됐다.
이로써 이병헌은 데뷔 첫 20홀드를 달성함과 동시에 KBO 기록을 썼다. KBO 역대 좌완 최연소 20홀드(21세 3개월 13일)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2006년 SK(현 SSG) 소속의 정우람으로 21세 3개월 23일로 20홀드를 기록한 바 있다. 이병헌이 열흘 앞당겨서 최연소 기록을 세운 셈.서울고를 졸업한 이병헌은 2022년 두산의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그런데 지명 직전인 2011년 7월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과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두산의 선택은 이병헌이었다. 팔꿈치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지만 구단이 가장 먼저 뽑는 신인 선수가 지명도 되기 전에 수술을 받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산의 선택은 과감했다.
1년 여의 팔꿈치 재활을 마친 2022년 9경기 5이닝을 소화하면서 3.6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좀 더 중용을 받으면서 36경기 27이닝 5홀드 평균자책점 4.67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 이병헌은 한층 더 성장했고 믿음직스러운 면모를 과시했다.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등 외국인 선수들이 속을 썩였고 토종 선발진도 삐걱 거리는 상황에서 두산은 불펜 야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 감독의 ‘독한 야구’의 중심에 이병헌이 서 있었다. 신인으로 돌직구를 뿌리는 마무리 김택연(19), 육성선수 신화를 쓰고 있었던 최지강(23) 등과 함께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지강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면서 김택연과 함께 두산 불펜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선수가 됐다. 그리고 가장 많이 투입되며 이승엽 감독의 애니콜이 됐다.
현재 74경기 6승 1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97(63⅔이닝)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SSG 노경은과 함께 최다 등판 공동 1위다. 그리고 리그 좌완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는 이병헌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조합이 위력을 떨치며 안정감을 이끌었고 리그 최정상급 좌완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KT 위즈와의 순위 경쟁에서 4위를 수성하면서 3위 LG 트윈스까지 추격할 수 있는 위치가 된 두산. 이병헌이 등판하는 상황이 더 많아질 수 있다.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그만큼 이병헌이라는 투수의 현재 위상을 알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과연 두산의 막판 치열할 레이스에서 얼마나 더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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