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0)의 가을야구 투수 복귀 가능성을 열어놓은 LA 다저스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오타니 투수 카드를 검토할 만큼 다저스의 마운드 상황이 급박하다.
미국 ’USA투데이 스포츠’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오타니가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에는 다저스의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지난달 중순 팔꿈치 건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복귀를 시도하다 통증 재발로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팀 내 최다 11승을 거둔 개빈 스톤은 어깨 염증으로, 베테랑 클레이튼 커쇼는 왼쪽 엄지발가락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돼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 없다. 어깨 회전근개 염증으로 두 달 반을 쉬고 온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투구수를 늘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워커 뷸러와 바비 밀러도 부진을 거듭하면서 7월말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데려온 잭 플래허티 외에 확실하게 믿을 만한 선발이 없는 상황이다. 선발투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우승을 확신할 수 없는 선발진이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불펜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어 오타니가 긴 이닝을 던지진 못하더라도 짧게라도 막을 수 있다면 다저스 마운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오타니는 지난 15일 불펜 피칭으로 25개의 공을 던지며 최고 시속 93마일(149.7km)까지 던졌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가장 많은 공을 던지며 최고 속도를 찍었다. 수술 후 1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투수 복귀에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매우 희박하다”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말대로 현실적이지 않은 시나리오다. 불펜 피칭까지는 왔지만 아직 타자를 세워두고 던지는 라이브 피칭은 일정도 잡지 못했다. 지명타자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어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하기도 애매하다.
USA투데이 스포츠는 ‘오타니는 지난해 9월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재활 중이고, 아직 한 명의 타자도 상대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구원등판 한두 번이 정말 7억 달러의 도박과 3번째 수술 가능성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10년 7억 달러 계약 첫 해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어 ‘오타니는 커리어 내내 계속해서 역경을 이겨냈고, 멋진 할리우드 스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23년 8월24일 이후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한 상황에서 투수로 나서는 건 무모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오타니 투수 복귀를 기대해야 할 만큼 다저스 상황이 불안한 게 문제다. 2013년부터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이 눈앞이지만 다저스에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로버츠 감독은 “매년 구단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기쁨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무조건 실패로 치부되는 게 다저스의 냉정한 현실이다. 2016년부터 9년째 다저스를 이끌고 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한 번으로 그마저 코로나19 단축 시즌으로 평가 절하되는 부분이 있다.
올해도 우승하지 못하면 로버츠 감독의 입지도 위험하다. 미국 ‘ESPN’는 지난 17일 10월이 가다오면서 자리가 위험해진 메이저리그 감독과 임원들을 꼽았는데 그 중 한 명이 로버츠 감독이었다. ESPN은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은 로버츠 감독은 산더미처럼 쌓인 투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팀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협력해 포스트시즌 계획을 세우겠지만 경기 중 선택은 궁극적으로 로버츠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환희가 사라진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우리는 여전히 승리를 기대하고, 승리를 위해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