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취임 첫 해부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KIA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해 자력 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서 두산이 삼성을 8-4로 꺾으며 마지막 매직넘버를 없애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단일리그 기준 역대 7번째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진짜 생각도 못했는데 우승을 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 잘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든 프런트 분들, 대표이사님, 단장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시즌을 잘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셨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큰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2017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흐르고 감독으로서 우승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도 2017년 우승을 함께 했던 김기태 감독님과 통화를 하고 왔는데 좋은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 항상 힘내게 해주시는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선수들과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라고 정규시즌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정규시즌을 7경기 남겨두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KIA지만 출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직전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기며 시즌 개막 전부터 팀이 혼란에 빠졌다. 김종국 전 감독의 비위 사실을 인지한 KIA는 1월 28일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1월 29일 결국 김종국 전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하루 앞두고 감독이 사라진 선수단은 침울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고 선수단을 다독일 감독이 필요했고 KIA는 이범호 당시 타격코치를 적임자로 보고 제 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017년 KIA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이범호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왔고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빠르게 팀을 안정화시켰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 넣고 빼고 하는게 해보니까 힘들었다. 투수 교체를 하고, 대타를 썼을 때 교체된 선수를 걱정했다. 실책 했을 때, 본헤드 플레이 했을 때 벤치로 불러들이는게 힘들었다. 그런 것을 잘 하면서도 선수들의 관계를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잘되면서 선수들과 마음도 잘 맞았던 것 같다. 교체된 순간은 선수들에게 안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경기 후 에 이야기를 하면서 잘 풀고 다시 출전을 시켜주고 하면서 선수들과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했다”라며 선수들과의 유대 관계를 우승 비결로 꼽았다.
시즌이 시작한 뒤에도 KIA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핵심타자인 나성범이 시즌 개막 전부터 부상을 당해 개막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했고 외국인투수들의 부상이 계속되면서 제임스 네일, 윌 크로우, 캠 알드레드, 에릭 라우어, 에릭 스타우트 등 많은 투수들을 돌아가며 써야했다. 국내 선발진에서도 이의리, 윤영철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김도영이 잠재력을 만개하면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고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김선빈, 박찬호, 양현종 등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시즌 초반부터 꾸준하기 선두권 그룹에 포함됐고 6월 7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잠시 LG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가 되찾은 이후에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우승을 향해 묵묵히 나아갔다. 이범호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며 순조롭게 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은 하면서 너무 많은 시련을 주시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상이 많았다”라고 말한 이범호 감독은 “특히 투수들이 계속 부상을 당해서 힘들었다.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이가 부상을 당할 때마다 큰 위기가 왔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잘 메꿔주고 돌아왔을 때 팀이 더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쉽게 무너지는 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7월부터는 우리가 위기에서도 안넘어지는 것을 보고 충분히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위기의 순간들을 돌아봤다.
취임 첫 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이범호 감독이 역대 세 번째다. 2005년 삼성 선동열 감독이 가장 처음 취임 첫 해 우승에 성공했고, 뒤이어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우승에 성공했다. 선동열 감독과 류중일 감독 모두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나 초보사령탑이라는 자리를 거쳐야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한 이범호 감독은 “나중에 생각해보면 누구나 한 번은 겪는 것이다. 내가 절대 초보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성공적으로 시작을 하지만 앞으로도 감독을 하면서 절대 방심하지 않고 지금 마음 그대로 노력하면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범호 감독(42세 8개월 12일)은 또한 2005년 선동열 감독(42세 9개월 23일)에 이어 역대 2번째 최연소 우승 감독이 됐다. 또한 선수와 감독으로 같은 팀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은 두산 김태형 감독(선수 1995년, 감독 2016년, 2018~2019년)과 SSG 김원형 감독(선수 2007~2008년, 2010년, 감독 2022년)에 이어서 역대 3번째다.
KIA는 2017년 우승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KIA는 한국시리즈에 11번 진출해 모두 우승한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부담감은 없다”라고 강조한 이범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우승을 해야하는 것이다. 우승을 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우승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정도 남았지만 할 것은 엄청 많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4경기를 이길지 고민하겠다. 우리는 11번 올라갔고 11번 모두 우승했다. 12번 올라가도 12번 우승할 것이다”라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굳은 각오를 다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