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0% 레전드 드라마, MBC 메가 히트작 '내 이름은 김삼순'이 19년 만에 돌아온 가운데, 현빈의 캐릭터가 재평가되는 중이다. '잘생긴 재벌 2세 남주', '백마 탄 왕자'에서 "알고 보니 똥차였다"라는 댓글이 달리는 이유는 뭘까?
최근 OTT 플랫폼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통해 '내 이름은 김삼순'의 리마스터링 버전이 공개됐다. 원작의 주요 스태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기존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16부작 버전의 드라마를 60분 분량의 6~8부작으로 재해석한 OTT 시리즈물 형태로 제공한다.
첫 번째 포문을 연 작품이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방영 당시 50%가 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평균 36.9%를 나타내는 등 전국을 '삼순이 신드롬'에 빠지게 했다. 김선아는 그해 'MBC 연기대상'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고, 삼식이 애칭을 얻은 현빈의 인기도 어마어마했다. '논스톱4'(2003), '아일랜드'(2004) 등으로 떠오르는 청춘 스타로 주목 받았고, '김삼순'이 초대박을 기록하면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김삼순'에서 현빈이 맡은 현진헌은 27세의 젊은 나이로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능력 있는 남자다. 잘생기고, 돈 많고, 일까지 잘하는 완벽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감정 기복이 심하고, 분노가 쌓이면 아무 물건이나 집어 던지는 편이다. 타인의 기분보단 자신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때때로 여주인공 앞에서 과한 폭력성도 드러낸다.
특히 현빈의 실감나는 연기 덕분에 캐릭터의 나쁜 남자 면모가 더욱 부각됐다. 배우 입장에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다.
과거 드라마나 영화 속에는 일부 남자 주인공의 거친 행동과 선 넘은 폭력성이 '카리스마' 혹은 '남성다움'으로 포장됐다. 여자 주인공을 향한 일방적인 스킨십도 '박력 있다' '멋있다'로 표현됐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20년이 흐르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 것.
제작진도 8부작으로 재편집하면서 가장 걱정한 캐릭터가 현진헌이라고. 김윤철 감독은 지난 5일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의 언론시사회에서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그때는 '백마 탄 왕자' '재벌남' '나쁜남자'로 통용 됐다. 아마 시청자분들이 용인이나 용서해 준 것 같다"며 "근데 지금 눈높이에서 보면 '내가 봐도 이건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현진헌이 갖고 있는 태도, 화법, 사람을 대하는 자세 등이 지금 시대 감각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최대한 이야기의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진헌의) 컷이나 대사를 덜어냈다.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의 개개인마다 감수성이 다르시니까,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렵기도 하다. 조심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선아는 '2024년의 삼순이도 진헌이를 선택할까요?'라는 질문에 "어후..."라며 한숨을 내쉬어 웃음을 자아냈고, 정려원 역시 "그때 유희진은 아픔을 이겨내고 와서 그 추억을 되찾으려고 엄청 싸웠다. 삼순이한테 찾아가서 남친 현진헌을 돌려달라고 한다. 근데 지금 와서 보면 현진헌을 잘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삼순이에게 안전하게 보내면서, 덜 싸우고, 갈등 없고, 축하해 줬을 것 같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극 중 현빈을 차지려고 머리채를 잡았던 김선아와 정려원이 20년 뒤에는 서로 양보하는 모습으로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만약 '내 이름은 김삼순'이 지금 방영됐다면, 신드롬급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그저 멋있기만 했던 캐릭터가 이처럼 재평가되는 지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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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웨이브 '내 이름은 김삼순 2024'